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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 뜨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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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미경 댓글 7건 조회 1,491회 작성일 04-05-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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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edflower (押 花) / 전 미 경 作/ 바다가 보이는 풍경/ 66*50



나의 빈 뜨락에


글 / 전 미 경



나의 어린시절
빛 바랜 사진 한장
조심스레 꺼내어 볼까

비가 올듯 흐린날이면
뒷 동네 오씨 할아버지 댁으로
채송화 사루비아 맨드라미 백일홍
알록달록 여러모양의
꽃 모종 얻으러 가곤 했었지.

비 올때 맞추어
꽃 모종 옮겨 심어야
잘 자란다는 할머님의 말씀에
먼 길 싫은 내색 한번 안하고
단숨에 달려 갔었어.

분절리에서
꽃을 제일 잘 가꾸신다는
오씨 할아버지댁은
어린 나의 눈엔
예쁜 공주와 멋진 왕자가 살고 있는
동화 속 궁전같아 보였지.

앞 뜨락에 펼쳐진
여러 모양의 꽃들을
초롱초롱 눈망울에 가득 넣고
몇 포기 꽃 모종을 얻어 오면서
얼마나 가슴 뛰고 설레였던지.

다음날 아침
우리집 빈 뜨락에
군데 군데 놓여진 꽃 모종 바라보며
오씨 할아버지 댁 뜨락처럼
풍성해질 꽃밭을 그리며
물을 주고 사랑을 주었어.

연초록 잎새 위
작은 달팽이 꿈틀거리고
부지런한 청개구리 숨어 놀고
흰나비 노랑나비 친구
한데 어울어져 춤을 추던 그곳에서
작은 생각 주머니 넓혀 나갔지.

고운 꿈 아름다운 희망
키워 나가며 만났던
나의 어린시절 작은 뜨락

이제는
사랑하는 나의 할머니도
뒷 동네 오씨 할아버지도
안 계신
빛 바랜 추억속의
한 페이지가 되었지만

고.맙.게.도
지금
나의 마음
나의 빈 뜨락에
고스란이 옮겨져
갖가지 모양으로 자라고 있더라.

보랏빛 신비의 꿈
초록빛 평화의 꿈
황금빛 희망의 꿈
붉은빛 정열의 꿈
아름다운 꿈 꿈들

시공을 초월하여
나의 혈액을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어.


♬♪ Isao Sasaki 'The Young Moon To Look Up In The Seaside'
'




댓글목록

전미경님의 댓글

전미경 작성일

  작품에 사용된 소재(야생화) / 산국, 무릇, 노린재나무입니다..  회원님들~~ 행복한 하루 여세요......^^*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이미 야생화에대한 깊은 사랑을 타고나셨군여..... 이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는 참으로 많은 노력과 정성 마음 시간이 ......아마도 생활속에 항상 야생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만이 될 것 같은데... 그렇쳐? 미경님의 온갖 정성과 사랑을 무료로 감상하고 갑니다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님은 가장 아름다우신 분이예요. 거침없이 고백할 수 있게 만드는...감사 감사함다. 정말 정말 어릴적 할머니와 나의 모습과 그 꿈속같은 꽃밭과 ..."동감입니다. 모두를.."

지길영님의 댓글

지길영 작성일

  외모 만큼이나 내면의 아름다운 멋이 느껴집니다. 흐르는 선률 또한!~^^*

최연실님의 댓글

최연실 작성일

  정성어린 압화작품과 잔잔한 멜로디...즐감했어요!!

홍기천님의 댓글

홍기천 작성일

  오~~~모두가 멋집니다...옛 향수에 흠뻑취해보네요..

황숙님의 댓글

황숙 작성일

  우  ...      근사 합니다...    멋지십니다    ^^* ...      참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