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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의 꽃 --<정희성님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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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복진 댓글 3건 조회 1,109회 작성일 04-05-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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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의 꽃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말없이 손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댓글목록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잘잤니??? 하고 인사할수있는 꽃들 속에서 사는 민지가 ... 부럽습니다  그런데서... 아이를 키울 수가 있다면 ...

매천님의 댓글

매천 작성일

  정말 일생의 소원이 있다면 들꽃보고 인사하고 새소리들으며 잡초도 귀히 여기며 밥걱정 잠자리 걱정하지않고 멍멍이와 맘놓고 뒹굴며 살아보는 거랍니다...어휴 민지가 정말 부럽습니다^^*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 ! ! 감동을 시키는 한마디=진실의 짝 순수! 이래서 아이가 어른의 아버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