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생식물연구회

자유게시판

HOME>이야기>자유게시판

능소화 이야기 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백진주 댓글 3건 조회 1,907회 작성일 04-07-08 03:49

본문

능소화(凌霄花, 凌宵花)
글 : 백진주

과명 : 능소화과의 낙엽 덩굴식물
학명 : Campsis grandiflora
영명 : Chinese trumpet creeper
별명 : 금등화(金藤花)
개화기 : 7 ~ 9월
꽃색 : 주홍색
꽃말 : 명예, 영광

금등화(金藤花), 기생화(寄生花), 능화(凌花), 자위(紫萎)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능소화는, 중국 원산의 덩굴성 목본 식물로, 언제 우리 나라에 도입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고 그 형태상의 친숙한 정서가 우리 꽃처럼 느껴지게 한다. 고즈넉한 옛 시골 돌담은 물론 삭막한 도시의 시멘트 담, 붉은 벽돌담까지 가리지 않고 담쟁이덩굴처럼 빨판이 나와 정답게 달라붙어 아름다운 꽃 세상을 연출한다.
 
능소화는 대개 칠월에서 구월 사이에 나팔꽃 모양의 꽃을 피운다. 화관 안쪽은 적황색이고 바깥쪽은 주황색을 띠면서 넝쿨에 주렁주렁 달려 핀다.  능소화(凌霄花)란 '하늘을 업신여기고 능가하는 꽃‘이란 의미가 들어있다. 헷갈리기 쉬운 가운데 자를 소(宵)로 써보면 밤을 능가하는 꽃이 된다. 꽃의 빛깔이 너무 곱고 진해서 마치 등불을 켜 놓은 것처럼 밤에도 환하게 보여 한여름 밤의 어둠조차도 품위 있는 꽃의 자태를 일그러뜨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능가할 능(凌)', '밤 소(宵)'자를 써서 이름을 붙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은 거꾸로 된 원뿔 모양이다. 늘어진 자루에 등을 대고 목에 한껏 힘을 주고 부는 나팔처럼 싱싱하게 고개를 쳐들고 능소화가 핀다.  꽃잎은 5개씩 얕게 갈라져 정면으로 보면 작은 나팔꽃 같고 기다란 꽃 통의 끝에 붙어 있어서 옆에서는 트럼펫을 닮았다. 그래서 영명은 Chinese trumpet creeper이다.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 산화(散花)되는 일반 꽃과는 달리 동백꽃처럼 통 채로 떨어지므로 흔히 “처녀꽃”이란 이름으로도 불려진다.
이처럼 커다란 꽃송이에 고운 빛깔을 지녔음에도 화려하거나 현란하지 않으며, 은은하면서도 고상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아름답다'기보다는 '점잖고 기품 있는 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러한 기품 때문인지 옛날부터 주로 양반 집 울안에 많이 심었기 때문에 '양반꽃'이라고도 불렀다고 하는데, 상민들이 이 꽃을 키우다 발각되면 관가로 끌려가 곤장을 맞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리고 절에 많이 심는 꽃이라 하여 '절꽃'이라고도 부른다. 한여름 해남 대흥사, 장성 백양사, 구례 화엄사 등의 사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수술 끝에 달리는 꽃가루에는 갈고리 같은 것이 있으므로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간혹 능소화의 꿀이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능소화는 성분상으로 전혀 독이 없는 식물이고 보면 이는 꿀보다는 꿀에 섞인 꽃가루 때문일 것이다.
간혹 볼 수 있는 정원수로 미국 능소화가 있는데, 동양의 능소화보다 꽃이 조금 더 작고 색은 지나치게 붉으며 늘어지는 것이 없이 꽃이 한 곳에 모여 달린다.
능소화는 정원수로 쓰는 이외에도 한방에서는 꽃을 약용하며, 꽃이 피는 시기에 따서 말려서 이용하는데 어혈과 혈열로 인한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줄기에 달리는 잎을 능소경엽, 뿌리를 능소엽이라 하여 쓰기도 한다.

능소화 이야기 하나
옛날 어느 궁궐에 복사꽃빛 고운 뺨에 자태도 아리따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 임금의 사랑을 받게 되어 빈(嬪)의 자리에 올라 궁궐 어느 한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빈이 요사스런 마음을 먹었더라면 갖은 수단을 다해 임금을 불러들이려 했을 것이건만, 마음씨 착한 빈은 이제나저제나 하며 임금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비빈(妃嬪)들의 시샘과 음모 때문에 궁궐의 가장 깊은 곳까지 밀려나게 된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른 채 임금이 찾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혹 임금의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가를 서성이기도 하고, 담 너머로 하염없는 눈길을 보내기도 하며 애를 태우는 사이에 세월은 부질없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에 걸려 '담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는 애절한 유언을 남기고 쓸쓸히 죽어갔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한여름 날, 모든 꽃과 풀들이 더위에 눌려 고개를 떨굴 때 빈의 처소를 둘러친 담을 덮으며 주홍빛 잎새를 넓게 벌린 꽃이 넝쿨을 따라 곱게 피어났다. 이 꽃이 바로 능소화(凌宵花)라 전해진다.

능소화 이야기 둘

옛 고을에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덕망 있는 벼슬아치인 아버지의 손에 자란 낭자가 있었다. 아버지는 애지중지 하는 딸의 배필로, 자기 문하에 있는 젊은 선비를 점 찍어 놓았다.
어머니 없이 자라났으면서도 낭자는 누구보다 인물이 곱고, 그에 못지 않게 심성 또한 고왔다. 늘 서책을 가까이 했기에 매사에 사려 깊었고, 가야금 솜씨 또한 뛰어나 사랑을 받았다.
어느 날, 남인이었던 아버지가 북인의 세력에 밀려 급기야는 몸을 피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젊은 선비와 함께 셋이서만 간신히 집을 빠져 나와, 갈림길에 도달했을 때였다. 아버지는 뒷날을 기약하며, 선비에게는 다른 길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는 딸과 선비의 손을 모아 잡고, 이것으로써 너희는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니 깨뜨려서는 결코 아니 된다고 다짐을 두었다. 이리저리 떠돌다가 어느 고을에 머물게 된 낭자와 아버지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때 헤어진 선비의 소식은 영들을 수가 없었고, 그러다가 아버지마저 병들어 눕게 됐다. 약 한 첩 쓰지 못한 채 애를 태우던 낭자는, 망설임 끝에 전부터 은근히 말을 비치던 기생 어미를 찾아갔다. 기방에 머물기도 하고 우선 받은 돈으로 약을 구해 왔으나, 아버지는 얼마 못 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눈물을 뿌리며 아버지의 시신을 묻은 뒤, 낭자는 두말 않고 기적에 올라 버렸다. 낭자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풍류를 즐기는 한 선비가 이따금씩 찾아 왔다. 뭔가 사연이 있음을 눈치채고 연신 캐물어도 낭자는 말없이 가야금만 뜯을 뿐이었다. "그대는 고우면서도 정녕 차가운 여인이구려. 그러한 그대에게 능소화(凌宵花)하는 이름을 지어 주리라. 얼음 능(凌)과 하늘 소(宵)라, 차가운 기운이 서린 꽃이라는 뜻이오.
세월이 흘러 남인이 다시 득세를 하고, 젊은 선비는 과거에 급제해 그 고을 수령으로 오게 됐다. 헤어진 낭자를 수소문해 찾던 선비는 어느 날, 귀에 익은 가야금 소리를 들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더할 나위 없는 반가움으로 두 손을 마주 잡았으나, 낭자의 눈에는 슬픔이 고여 있었다. 사실을 안 선비는 모든 걸 잊을 테니, 이제나마 부부의 정을 나누자 했다. 낭자는 서방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기꺼이 따르겠노라며, 며칠간의 말미를 달라고 했다. 하나, 약속한 날 선비가 왔을 때 낭자는 이미 숨이 져가고 있었다. 그 동안 자기를 정갈하게 지키지 못했음을 탓하며, 노리개에 감추어 두었던 비상을 먹은 거였다. "이제 와서 제 어찌 서방님을 따를 수 있사오리까. 그간의 허물을 탓하지 않으시는 마음만으로도 여한이 없나이다." 낭자의 무덤에선 덩굴진 줄기가 솟아났고, 퍼져 가는 그 줄기 끝마다 주황빛 꽃들이 끊임없이 피어났다. 활짝 피었는가 싶으면 이내 져버리고 마는 그 꽃을, 사람들은 능소화라 불렀다.

댓글목록

전미경b님의 댓글

전미경b 작성일

  능소화에 얽힌 두가지 전설 잼나게 읽었어요.. 진주님!!  좋은 하루 되시길요..*^^*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애틋한 사랑이야기...........  차가운 기운이 서린곷이라...................  사랑하는 이의 가야금소리.........  근데..... 슬픈 이야기 이군요~~~~~~

최연실님의 댓글

최연실 작성일

  허물을 탓하지 않으시는 맘....가슴이 찡 하네용..능소화이야기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