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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가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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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명순 댓글 3건 조회 1,311회 작성일 04-09-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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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야 안녕!
친구야 나 이렇게 살고 싶어!!! (패러디임을 고백하며...)

너와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하며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꽃씨를 거두며’에서 -도종환-)
알고 싶어.

그리고, 추억이라는 말에서 낙엽마르는 냄새를 맡고
오소소 흔들리는 억새풀 얘기를 들으며
추억이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
그래서 마냥 그립다는 말임을 깨달으며
열 손가락 찡한 이슬이 묻어 있음을 느끼고 싶어.(‘추억이라는 말에서는’중에서-이향아-)

그리고 이 가을! 물이 되고 싶어
소리를 내며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네 것으로 남겨 주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가을노래’ -이해인-)

그리고...그리고...친구야,
잎이 떨어지고 있어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 가고 있어
그 빈 곳에 편지를 써서 너에게 보낸다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 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너에게 전해 달라고 나무에게 주고픈...(‘가을 편지’ -이성선-)
산에 올라 다시 한번 더 외친다.
친구야~
더없이 투명한 나날, 산들이 조금씩 낮아지며
생각에 잠기고 하늘은 또 더욱 깊어져
우리 사는 세상을 더욱 멀고 아득하게 하는구나.
~
바다 속보다 깊은 고요로 쌓여가는 숲
홀로 제 발소리에 취해 걸어가노라면
어느 모퉁이에선가 불쑥 내가 나를 만날 것만 같은
저무는 이 가을이 나는 좋다 ....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친구에게!

(상상이란 선물을 만끽하며, 시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댓글목록

송정섭님의 댓글

송정섭 작성일

  흐음~ 이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그 친구에게 편지 한장 써야 할텐데...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명순님이 오랫만에 시간이 좀 나셨나보군요^^*  생각만 으로도 위안이 되는 친구에서 더욱 발전된 "앤"을 만드셔야져^^*앤 만들 시간은 없어도 친구에게 글 보낼 시간은 있으신갑다  오랫만에 긴~~ 휴일... 잘 보내셨져?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시인들께 용서를 구할 일을 하신 거는 아닌 듯 하네요.자기가 쓴 아름다운 생각을 다른 사람이 곱게 활용했다면 기쁘고 칭찬할 일이겠지요.요새는 편지를 쓰지않고 전화가 판을 치니 옛처럼 낭만스럽고 정감이 가는 느낌이 덜한 듯 하지요.물론 전화로 보구싶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긴  하지만요. 친구에게 보낸 고운 편지 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