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비온 후 맑게 개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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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혜임 댓글 9건 조회 1,652회 작성일 04-11-25 11:32본문
마음부터 꽤 단단한 무장을 했다.수술전 날 부지런히 움직였다.
일주일은 회복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우선 밑반찬 몇 가지 만들고 곧 바로 먼지가 쌓일 거지만
걸레질과 비질한 후 청소기로 청소 마무리하고 컴퓨터 앞에서 하던 일도 마무리했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반경이다.
"이십만분의 일 또는 오만분의 일이지만 전신마취일 경우 사망하는 수가 있고 코로 약물투입하니까 코에서 코피가 날 수 있고 목이 따겁고 기침이 나옵니다."수술 하기전 수술동의서를 들고 마취사가 한 말이다.마취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얼굴이 노랗게 된 상태에서 나는 "확률은 존재하는거니까 많이 불안해지네요"라는 말을 했더니 "네 맞습니다.그렇습니다 확률은 분명히 존재하는 겁니다"그 순간 아이들 얼굴이 허공에 둥둥 떠올라 남편에게 아이들 잘 키워요"라는 말을 하고 나니 코가 시큰거렸다. ' 어디까지나 확률이니 안심하세요' 이렇게 말해주면 좋았을 것을...
멍해지더니... 그 이후는 기억이 없다.
이틀간 남편의 간호를 받으며 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에 도착하니 뱀허물 벗듯이 벗어놓은 아이들 바지와 한짝은 반쯤 또 한짝은 완전히 뒤집어 벗어놓은 양말이 반긴다.
베란다 화초들은 주인인 나와 같은 컨디션이다.
엉금엉금 기어서 벗어놓은 바지와 양말짝들 밀어두고, 이삼일간을 거의 누워지내고 나니 어느정도 회복되는 것 같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란다 초록잎새들도 활기가 돈다.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엄마 엄마가 아프니까 내마음이 비오고 흐리고 했는데 지금 맑게 개이는 중인 것 깉아요"
마취주사를 맞던 한 순간 극심한 초조감이 찾아들었을 때 가족 외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떠올린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으니 가족 테두리안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네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면서 웃었는데, 아이의 말을 듣고, 활기찾은 잎사귀를 보며, 난 역시 행복한 우물안 개구리라고 중얼거려본다...
댓글목록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참으로 예쁘게 잘 꾸며진 정원??이군요 쥔님의 건강한 손길을 기다렸다는 드시...... 맑은 모습으로 방끗웃는 연보라꽃이 정겹습니다
김제민님의 댓글
김제민 작성일다시 회복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일 뿐..확률 속 주인공 되긴 쉽지 않죠~ 베란다 꽃처럼 늘 즐겁고 행복한 '우물안 개구리' 되십시오^^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빠른 쾌유를 빕니다. 아파 본 사람이 안다고 좋은 경험 하셨다고 생각하세요
홍종훈님의 댓글
홍종훈 작성일행복을 느낄줄알때가 가장행복한 시간이라고 할까요..건강하시길...
양혜임님의 댓글
양혜임 작성일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초록의 싱그러움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따뜻한 답글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듯 합니다...고맙습니다!!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비오는 날은 맑은 날 보다 집안에 있기가 오히려 나을 것 같은데.... 빠른 쾌유를 빌면서.<a href=http://www.sjflowervalley.com target=_blank>http://www.sjflowervalley.com</a> 꽃동네로 놀러오세요^^*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어머나~ 넘 늦게 읽었습니다. 많이 힘드셨겠어요. 근데 읽은 제가 맑고 따뜻한 느낌이 되었어요. 왜 일까요? 감사함다.
양혜임님의 댓글
양혜임 작성일고맙습니다 .늘 풍요로운 감성이 느껴지는 최명순님의 댓글은 희망과 꿈이 싹 트는 듯 합니다...분명 사랑과 정감이 넘치시는 분이리라 생각해봅니다...고맙습니다...
윤종민님의 댓글
윤종민 작성일저도 뒤늦게 읽었습니다만...쾌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