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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야 세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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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남윤 댓글 16건 조회 1,255회 작성일 05-02-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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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새학기를 앞두고 사무실을 정리하는데 문자가 왔다.
“ 친구 권혁남 16일 10시 사망,18일 자택 발인 - 문종-”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날 벼락인가?
다른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목멘 소리로 어제 낮 9시 응급실로 가다가 119안에서 운명했다고 말끝을 잇지 못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괘씸하다.
“ 먼데  무리하지 말고 나중에 오거라”
“미친X”하고 냅다 욕을 하고 나서는 눈물이 봇물처럼 흘러내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겨울방학 공공기관 아르바이트를 나왔던 대학생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을 가져다 준다.
간신히 책상정리,컴퓨터 정리를 부탁하고 휴가를 내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마눌에게 전화를 했다.
마눌도 충격이 큰지 “ 아니,왜?” 소리만 반복하다가 조심해 다녀오라 한다.
혁남이는 중.고등학교 친구이다. 키가 비슷해 짝은 아니었지만 늘 내 곁에 앉아 같이 공부를 했고  김포시 초지대교 부근 대명리에서 멧돼지를 키우며 늘 밝게 살아가던 친구이다.
누가 그랬던가?
친구란 오래 될 수록 가까이 두고 싶고 보고 싶은 묵은 벗이라고...
내가 이곳 춘천에 자리를 잡고 떠나지 못하자 다른 친구들은 그래도 가끔 찾아와 술도 한잔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눌수 있었지만 농장을 하며 식당일을 겸업하는 친구는 자리를 뜰 수 없어 늘 전화로만 안부를 전하고 내가 가야만 만날 수 있었다.
설이고 추석같은 명절근처에 들르면 어김없이 멧돼지 다리 하나를 실어 놓고는 내가 줄수 있는 선물이니 기쁘게 받으라고 흰 이를 드러내던 친구~
두형님의 빗보증을 서고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어려운 내색을 전혀 하지 않더니 설근처에 더욱 힘들어 하며 몸이 좋지 않았는데 농촌현실이 다 그렇듯이 병원한번 못가고 참다가 아까운 나이에 요절을 하고 말았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차안에서는 눈물이 자꾸나와 상가에 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였는데 막상 친구의 영정 앞에선 오열하는 친구들을 보며 말도 눈물도 잃고 말았다.
모처럼 초.중.고 동창 30여명이 모여 다시는 이런 일로 만나지 말자고 다짐을 하는데
농장일을 같이 하던 마을 분이 하시는 말씀이 더욱 복장을 터지게 한다.
“ 아마, 친구분들 드시라고 그랬는지 그날따라 돼지를 2마리나 잡아놓고 돌아가셨네요~”
혁남이가 기르던 멧돼지라고 상가음식을 맛있게 먹던 동창들이 아연실색을 하고 여자친구들은 또다시 흐르는 눈물을 지체하지 못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
한 친구가 말했다. “괜찮아, 그래도 혁남이는 한시간 밖에 아프지 않았잖아?”
하지만 그 한시간을  맞이하기 전에 녀석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을 가슴에 삭이고 살았을까? 그것도 모르고 살아온 내가 과연 그의 친구인가?
날도 우중충하고 회색도로를 달려 집으로 오는 길이 왜 이리 멀기만 한지....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오늘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친구 하나를 또 가슴에 묻는다.


댓글목록

이태규님의 댓글

이태규 작성일

  상심이 크시겠습니다..저 멀리 낙원으로 먼저가신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

김은주님의 댓글

김은주 작성일

  공감합니다. 제 친구를 보내고 얼마나 울었던지...간간히 그립고 보고싶고 그렇습니다.

신흥균님의 댓글

신흥균 작성일

  너무나 가슴이 메입니다....김남윤님께 언젠가 얘기를 한번 들었던 분인 듯 합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배님 힘네세요~

김현화님의 댓글

김현화 작성일

  가슴이 저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세상 가셨을겁니다

홍종훈님의 댓글

홍종훈 작성일

  슬픈소식이군요. 좋은 친구와의 이별.그저 시간만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우째 그런일이...가신분의 극락왕생을 빕니다.저는 30년 전 친구를 잃고 지금도 고향에 가면 그 부모님을 찾습니다.가슴에 묻고 세월이 지나면 잊혀질줄 알았지만 갈수록 그리워지더군요.힘내시기 바랍니다.

김제민님의 댓글

김제민 작성일

  좋은 벗 하나만 있어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했는데..가슴에 묻으셨으니(ㅠ.ㅠ)...그렇지만 남은 사람은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죠. 김남윤님! 힘내세요.

지길영님의 댓글

지길영 작성일

  저도 눈물이 절로 납니다. 1월 중순경에 저의 친구도 하늘나라로 보냈기때문이지요. 언젠가 대장암 수술하고 쾌차하여 함께 용평스키장에서 일박을 함께했다는 내용의 글을 114에 올렸었는데 바로 그친구가 암이 재발하여 투병생활끝에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오늘 그 친구를 생각하며 압화 액자작품 완성했답니다. 김남윤님, 글솜씨도 좋으신 팔방미남이시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이인환님의 댓글

이인환 작성일

  좋은 친구분을 잃으신 마음무었으로 위로를 드려야할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두분의 좋은우정만 간직하세요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세노야, 세노야 라고 하신 제목 속에 담긴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한한석님의 댓글

한한석 작성일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나 힘내세요

윤종민님의 댓글

윤종민 작성일

  반암엔 天鶴亭이 있지요... 늘 거기에 친구분이 계실겁니다...학처럼 날개를 쉬게할 때마다 

김용환님의 댓글

김용환 작성일

  좋은 인연을 맺은 친구분을 먼저 보내셨군요. 애틋한 사연에 가슴이 찌잉합니다.

박오선님의 댓글

박오선 작성일

  삼가      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십시요.

조경자님의 댓글

조경자 작성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이 되는해 홈커밍데이를 앞두고 헤어진 친구 연락이 않되는친구 모두를 찾아 나섰지요.어저나 50이 겨우 되는나이에 이미 10%정도가 유명을 달리 했더군요.가슴이야 많이 아프실 텐데 참 뭐라 위로를들여야 하는건지...남은 친구들이라도 좀더 진한 우정을 쌓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경규님의 댓글

박경규 작성일

  오래된 좋은벗을 잃은슬픔 뭐라표현할수없는 고통이지만 그래도 시간이흐르면.....김선생님 힘내시고 건강에 유념하십시요.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