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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많은 뒷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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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남윤 댓글 10건 조회 2,164회 작성일 05-04-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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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는 집 뒷동산 입니다.
조그마하지만 인공폭포도 있고 20~30년생 낙엽송이 20여그루 있어 봄이면 낮에는 뻐꾸기가 울고 밤에는 소쩍새가 사랑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요.
지금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양지꽃 진달래,개나리가 한창 피었고 조금 있으면 애기둥글레, 아카시아, 철쭉,구절초,쑥부쟁이,감국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꽃동산입니다.
몇 년전 이 동산이 헐릴 위기가 있었습니다. 동산을 사이에 뒤고 길건너 먹자골목(시장에 닭갈비집들이 줄지어 선 상가)에 있는 마을 번영회측에서 건의가 들어가 당시 시의원이 춘천시에 이 동산을 헐고 유료주차장을 만들기로 한 사건입니다.
여자들만 모이던 반상회에 오늘은 꼭 남자들이 참석하라는 통장님의 부탁을 재차 듣고 모인자리에서 풍문으로 들려오던  뒷동산 철거문제가 도마위에 올려졌습니다.
 야생화에 대한 식견도 없고 특히 환경문제등에는 문외한이라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통장님을 비롯한 몇몇 아주머니들은 환경문제는 차제하고 뒷동산이 헐리면 닭갈비골목의 기름냄새가 주택가에 까지 직접적으로 전달된다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고 임원을 선출하였습니다.
연세드신 어르신들도 있고 도나 시의 영향력 있는 공무원들도 다수 참석해서 당연히 객꾼으로 남으리라는 추측은 빗나가고 시장이나 시의원을 만나려면 학교선생님이 제격이라 하여 강원대 교수 한분하고 제가 대표위원으로 선발되는 불상사가 생긴것입니다.
바야흐로 동사무소에서는 공청회가 열리고 등밀려 뒷동산지키기 대표간사가 된 저는 번영회측 돈많고 말빨 세신 어른들 앞에서 몇몇분이 외국의 사례다,참고자료다 하여 주셔서 밤새 만든 원고는 꺼내지도 못하고 잔뜩 쫄아서
“저는 원래 춘천사람이 아닌데요. 제가 20년 넘게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 사람들이 좋고 또 낮에는 뻐꾸기, 밤에는 소쩍새가 우는 뒷동산이 좋아서 입니다. 제가 얼핏 세어 보니 20년 넘은 낙엽송만 30여주 되는데 이것이 헐린다면 다시 이런 아름다운 자랑거리를 우리마을에선 보기 힘들겁니다” 라고 요지의 말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반대측 패널들은 낙엽송이 무슨 30여그루나 되냐며 경제가치도 없는 잡목을 베어내고 도로를 넓히고 유료주차장을 만들면 마을도 발전하고 교통도 좋아진다며 기세가 등등하였고 동장님을 비롯한 공청회의 분위기는 철거 쪽으로 세가 기운 듯 했습니다.
다시 동장님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시장님을 뵈러 가자 했더니 시장님이 지방선거등이 겹쳐 그리 한가하지 못하다는 볼멘 소리를 하더군요. 풀이 죽어 집으로 오니 아주머니들께서 공청회에서 그래도 제가 말을 제일 잘 했다하며 내일부터 서명운동을 벌여 힘을 실어 주시겠다는 겁니다. 기껏해야 우리사는 동네 200여명 정도 서명을 받아오리라 생각했는데
아주머니들은 서명록을 만들어 반장들을 앞세우고 시내를 가가호호 방문은 물론 강원대학교,명동등 인구유동이 많은 곳 까지 진출하여 한 보따리나 되는 반대서명(약 3200명분)을 받아다 우리집에 대밀고 시장을 만나러 가자는 것입니다.
동사무소에 이 소식을 전하고 학교로 출근했더니 시에서 국장님과 시장님께서 만났으면 한다는 기별이 와서 갔습니다. 시장님은 동행한 아주머니와 저희들에게 보리밥까지 사시며
“ 김선생, 나도 2억여원의 시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는 반대합니다. 대신 그 돈으로 인공폭포를 하나 만들고 나무도 일부 잡목을 제거하고 진달래,철쭉등 김선생이 추천하는 것들로 심어보겠습니다.”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오늘 인공폭포 벼랑에는 인동이 너울거리고 해마다 진달래,철쭉등이 꽃대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이현구님의 댓글

이현구 작성일

  훌륭한 일을 하셨읍니다.....짝짝짝!

강태명님의 댓글

강태명 작성일

  박수를 보냅니다 . 잘하셨어요 . 자연을 복원시키는 일은 이제 어렵습니다 . 있는것을 지켜야지요 ^^

홍종훈님의 댓글

홍종훈 작성일

  큰일 해내셨네요. 아줌마의 힘...좋은 추억으로 남겠네요.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정말이지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누군가 앞장서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요. 저도 큰 박수 보내 드립니다. 아리아리!

김호규님의 댓글

김호규 작성일

  멋진 승리의 기쁨 축하드리오며 앞으로 점점 많이 다가올 자연물에 어찌어찌 손을대서 인공을 가미한 볼거리를 만들겠다는 발상들로부터 숲을 보호해 나가는데 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정림님의 댓글

김정림 작성일

  정말 큰 일을 하셨네요.후손들이 자연을 맘 껏 보고 자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훌륭하세요.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짝! 짝! 원더풀~투더풀~쓰리더풀~^_^

윤종민님의 댓글

윤종민 작성일

  지킨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김성대님의 댓글

김성대 작성일

  아름다운 일을 하셨네요. 박수를() () ()

부영희님의 댓글

부영희 작성일

  흠~~~ 감동~~~*^----^*입니다. 아자아자!!!우리땅 여기저기 이렇게 지켜지는 곳 많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