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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마님께 혼난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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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규현 댓글 9건 조회 1,168회 작성일 05-04-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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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나좋아 이곳에 농가 주택을 짓고 흙장난과 텃밭장난으로 새 생활을 시작했지요.
 본가와 이곳을 번갈아 다니면서
 혼자서 고독과 그리움을 달래면서 세월을 잊고 보냈지요.

 내 마마님이 서울 아파트에서 애지중지 20여년 넘게 키운 50여분의 분재를
 햇빛이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잘 살거라며 집짓기 시작할때 이곳으로 시집(?)을 보냈지요.
 어떨결에 관리 책임을 맡은게 잘못이었지요.

 서울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거나, 어울려 놀러 다니거나,
 본가에서 한껒 게으름 피울때가 있지요.
 그 때는 이곳 마을에 사시는 나의 후원자(사실 이분 믿고 이곳에 왔지요)에게 관리임무를 맡겼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도통 풀한포기 키워본 경험이 전무한체 내려왔고,
 나의 후원자는 농사일에 바쁜 사람이라
 겨우 한다는게 호수로 물만 뿌려대면 다 되는 줄 알았지요.
 그게 소방호수지 생물체를 가꾸는 살뜰한 물주기였겠나요?

 해가 바뀔때 마다 여름에는 더러 목말라 하고, 겨울에는 비닐하우스에 피한은 시켰으나 추위에 얼어 죽어가데요.
 속이 짠했을텐데 내색하지 않고 지나쳐 주는 마마님의 하해와 같은 마음이라 이해하고 지났지요.

 빈 화분은 늘어 가고
 상대적으로 전시대의 빈 공간은 늘어 갔지요.
 이때다 싶어 남은 화분의 일부는 맨땅에 내려놓고
 전시대를 (두꺼운 송판으로 폭이70여cm, 길이가 약2m가 조금 넘을가 혼자 들기가 어려운 것임)
 낼름 흙장난 작업장으로 옮겨 뚝딱뚝딱 작업대를 만들어 사용했지요.

 어느날 이곳에 행차하신(자주 2-3일씩 다녀갔지요) 마마님께서
 맨땅에 화분은 뒹굴고(?) 전시대는 보이지 않으니
 아뿔사 흙장난 작업대로의 변신에 그간의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데요.
 눈물까지 흘리시면서 저간의 감정을 쏟아부우니 나야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보 정말 미안했오이다.

 세상의 남편님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조건 신성한 것입니다.

 *야생화 회원이 되고 보니 무식한 푼수가 되고, 아는게 없으니 회원님들과 함께할 꺼리가 없어 얘기하나 꺼내봤읍니다.
 

댓글목록

박희진님의 댓글

박희진 작성일

  사모님이 정말 속상했겠어요..ㅋ 요즘 꽃 축제가 한창이던데 모시고 기분 풀어주셔야 되겠어요...^^

홍종훈님의 댓글

홍종훈 작성일

  용감하시네. 감히 어디다...우린 죽음 입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ㅎㅎㅎ.....얘기를 재미있게 쓰셨네요.그래도 관심이라도 가져주는 아내가 고맙지요.자기가 좋아하는 꽃이 아니면 관심도 없고 장소도 마땅찮은데 숫자만 늘린다고 지청구나 듣고는 하지요.이제 산골로 가면 조금 나을려나 ? 보온이 좀 여려운 난제가 되지않을까 생각되더군요.비닐하우스 한 동 틈실하게 만들려 해도 돈은 쏠쏠하게 들어갈테고 깨스문제도 고려해야 될 것 같더군요.이미 자리를 잡으신 회원님들께 한 수 배워야겠다고 생각중입니다.분재가 잘 살리기가 쉽지는 않더군요.이유도 모르게 하나씩 죽어가는데 대개는 신경을 덜 써주면 그리 되는 것 같더라구요.저도 괜찮고 아까운 분재 많이 죽였네요.사람의 욕심이 그리 만든 것 같아 되도록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 다잡고는 합니다.

부영희님의 댓글

부영희 작성일

  으윽~~~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저또한 야생화기르기, 농삿일에 어줍잖게 환상만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새삼 걱정이 됩니다. 저도 몇년전 병으로 많이 앓았을때 그저 자연, 흙, 산,,, 이런것만 떠올랐고 그것만이 살길이려니 하면서 가족에게 우겨서 시골에 땅을 조금 마련했는데... 주말마다 가면 할일이 태산, 흙이랑 놀다보면 신나고 힘은나지만, 해도해도 끝이 없는 밭일,,,  집으로 돌아오면 초죽음,, 일주일을 몸살로 빌빌거리게 됩니다,,,그래도 땅만큼 순응하고 기쁨을 주는 게 없다고 느꼈답니다... 일요일에 화초몇포기 심고, 야채 모종 심고 돌아오는길은 마치 자식을 두고 떠나오는 기분이거든요,,,이번 꽃 축제에 꼬옥 시간내서 가보렵니다.

강태명님의 댓글

강태명 작성일

  살아가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풀은 풀밭에 꽃은 꽃이 살고 싶은곳에 두자 입니다 . 보고 싶으면 달려가 보면 되겠지 하구요 . 마마님 마음 풀어주시고 행복하게 사시는 얘기 또 들려 주세요 ^^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사람이 시골에 가 살고 싶어 하듯 식물들도 저희 세상에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겠지요. 그래도 사모님이 먼저지요.^^

김용환님의 댓글

김용환 작성일

  재미있게 쓰신 얘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엔 다 그런거겠지요. 화초를 화분에 기르기도 어렵지만, 분재는 더더구나 어렵지 않을까요? (Try and error)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와~ 훌륭한 지아비! 아름다운 지어미! 즐거운 나의 집!

지길영님의 댓글

지길영 작성일

  ㅎㅎㅎ~, 송규현님, 멋져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주시는 넓은 아량이...., 아무나 그렇지 못하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