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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또 하나-흥부가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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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규현 댓글 7건 조회 1,702회 작성일 05-05-2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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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이른 봄날.
 흙장난 터에 깨스가마를 후배의 도움으로 짓기 시작했읍니다.
 봄볕과 봄바람을 맞아 양쪽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고 작업했읍니다.
 어느날 제비 한쌍이 날아들었읍니다.
 집을 지으려고 하는 것 같았읍니다.
 무차별로 갈겨대는 배설물이 전등갓이나 작업대, 선반등에 하양칠을 해댔읍니다.
 자주 앉는 위치에 집을 짓고, 그곳에 배설도 하라고 선반을 매 주었읍니다.
 다른 기자재들도 있어 보안상 밤에는 출입문을 닫아야 합니다.
 제비가 잠자리에 들었나 확인하고 문을 닫고
 아침 일찍 먹이사냥을 위에 문을 열어 주었읍니다.
 어느날 아침 좀 피곤하여 늑장을 부리다가
 아차! 제비! 후닥닥 튀어나가 문을 열었읍니다.
 굶고 있는 제비, 아 나의 몰인정이 가슴을 짠하게 했읍니다.
 이 사건 뒤로 제비와의 영원한 동거에 자신을 잃었읍니다.
 제비에 내가 얽메이게 되는게 싫기도 했읍니다.
 번민끝에 제비를 추방하기로 하고, 제비가 출타중에 출입문을 봉쇄하는 잔인한 조치를 행하고,
 주변에서 멤도는 제비를 참아 볼 수 없어 며칠간의 가벼운 여행을 떠났읍니다.

 그해 8월 초,
 가마에 불을 지피다가 그만 실수로 화재가 났읍니다.
 흙장난 터는 전소되었고, 저는 중화상을 입었읍니다.
 나의 소중한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면서
 18개월 넘게 치료하여 지금은 완쾌되었읍니다.
 
 만약 그 제비가 집을 짓고 살았다면 어찌되었을가요?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참담함을 면하게 해 준 나의 잔인한 결정이 칭찬 받아야 할까요?
 그러면 지금쯤 흥부박씨라도 물어다 주었을 것인데 아무 소식이 없읍니다.
 아니면 그 제비의 저주가 화마를 안겨다 준 것은 아닐까 방정맞은 생각도 해 보았읍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흥부는 기가 막혀 했답니다.
 

댓글목록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

  저도 산짐승과 연관이 많은 이야기가 하나 있기는 한데....

이영태님의 댓글

이영태 작성일

  송규헌님의 희생으로 제비한쌍,아니 제비가족을 살렸네요.요즘은 박씨 물어다줘도 발아 잘 않되요^^

이영태님의 댓글

이영태 작성일

  아~참.장기간 치료에 완쾌하심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박대철님의 댓글

박대철 작성일

  "일체유심조" ! 극락도 지옥도 마음속에 있다 하더이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참 흥부가 기가 막힐 일이네요.화상은 고약한데 완쾌되셨다니 크게 다행입니다.화재로 고생은 하셨지만 제비는 살렸네요.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마음쓰심이 그대로 전달이 됩니다. 화상 완치하셨다니 다행이고요. 언젠가 그 제비 다시 복을 안고 찾아올 겁니다.

지길영님의 댓글

지길영 작성일

  아~ 처음엔 제비가 많이 당황해 하며 섭섭해 했을것 같기도 하지만 화재가 난 사실을 알면 송규현님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감사하며 송규현님의 선견지명에 감탄! 또 감탄! 할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쯤 그 사실을 알고 그 큰화상에도 거뜬히 완쾌하실수 있게 도와 준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그렇게 큰 화상에 아무 흉터없이 완쾌하기가 힘들쟎아요. 송규현님 글을 읽다보면 한편의 수필을 읽는듯 표현을 넘 잘하십니다요!~히, 한숨에 읽고 내려 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