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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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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이재 댓글 7건 조회 1,588회 작성일 05-06-1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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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박광일/spring(5월의 횡성)


    햇살이 눈 시리게 부서지던 5월의 어느 날,
    높다란 아파트 담장에 제멋대로 치렁치렁 늘어져 잠들었던 넝쿨장미 부인들이 막 잠에서 깨어나
    환한 미소를 보내고, 세무서 담장을 둘러친 거목들의 손사래 짓은 출근길을 서두르는 나에게
    어디론가 떠나라는 거부하기 힘든 강한 유혹의 몸짓이 된다.
    보일 듯 말듯 도리질해 놓고 크게 틀어제낀 라디오의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엑셀에 얹혀진 꽁지 발에 힘을 주며 끄덕끄덕 고갯짓도 해 보고
    비음 섞인 콧노래도 불러보지만, 붙잡지 못한 마음은 어느새 콩밭으로 달린 지 오래다.

    일하다 말고 창문을 여니 금세 바람이 마실을 온다.
    오늘따라 상큼하게 느껴지는 걸로 보아 바람도 꽃 단장을 했나?
    바람이 비켜간 자리는 까닭 모를 허전함이 남겨지고 그 휑함이 싫어 길을 건너다 본다.
    한 뿌리에 박혀 튼실한 기둥을 의지한 은행잎들의 손뼉치는 모습에 다시 일렁여지는 마음,
    멀리 보이는 갈매 숲들이 가슴에 이는 파문의 고도를 높인다.

    불쑥 얇게 접힌 지도를 꺼내 놓고 굵게 그어진 선 따라
    검지 손가락을 움직여 보다가 멈춘 곳, 영월 38번 국도.
    치켜뜬 실눈으로 햇살을 쏘아보던 시샘은 간 곳 없고 주름진 미간 좁혀
    오래 마음 두었던 지명을 발견한 것이다.

    조선조 초기 땐 너무 깊은 산중이라 세인들의 관심 밖이었을 산골,
    오래전, 그곳이 슬픈 역사를 남기며 심산유곡 깊은 산골을 벗아날 줄 그 누군가는 알았을까?
    영월이 유명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어린 단종의 유배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의지대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었던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올라 상왕으로,
    그리고 노산군, 다시 서인으로까지 강봉되었던 짧은 그 생애.
    세종의 세손으로 태어났으나 끝내는 그의 숙부(세조)에 의해 사사賜死를 받았고
    시신은 엄흥도?가 거두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전부이다.

    음~, 왜 하필 영월이 가고 싶었을까?
    그 참...
    때가 때이니 만큼 초록 세상이 만나고 싶었다면 너무 평범한 이유일까?

    지도에선 충북 단양과 강원 정선, 그리고 평창을 인근에 두고 오롯한 곳에
    위치한 영월...래프팅으로 유명하다는 동강을 들은 기억이 있긴 하지만
    나는 서강쪽으로 길을 나서고 싶다.

    언젠가 모 방송에서 불란서 청년 필립군과 이태리 ?(청년)의 팔도 체험기를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선돌 위에서 바라본 유장한 서강의 물줄기가 퍽 인상적이었다.
    그때의 선돌은 애국가 배경 화면으로 등장했기에 낯익어 했었다.
    게다가 울창하다는 솔숲, 소문으로만 듣고 접기엔 너무 아슴찮다.
    발품을 팔면 오감이 호사를 누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들꽃들이 그곳에 피었다잖은가.

    여행에 오래 목말라했던 내겐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떠나면 모두가 내 것이다. 그곳에 가면,
    초록 산에서 물든 옥빛 물을 보게 될 것이며 마음 닮은 초록빛 하늘도 만나고
    초록 사람에게서 푸르른 사랑도 새겨올 수 있으리라.

    준비물은 달랑 설레는 마음 하나. 너무 무모하진 않을까도 싶지만
    떠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겠다.

    아, 나는
    그/곳/에/가/고/싶/다.

댓글목록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영월, 정말 좋은 곳이지요. 저도 이유없이 영월이 좋은 사람 중의 하나랍니다. 그곳에 가고 싶네요.^^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영월에서 일년 남짓 살았었는데 군 전체가 아름다운 강산입니다.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군 전체가 아름다운 강산이라...후움~,아니 갈 수 없겠군!! 윤영니~~임!! 우리 대문 밖을 나서볼까요? 가이드는 김종건님께 맡겨버립시다.!!ㅎㅎ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오월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해주시는 장미, 바람.... 또 이재님의 마음^^*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구정때 그 곳에 가보았는데... 바람이 엄척 심했지만.... 강변의 갈대숲..... 낡은 배한척... 한번 다시 가보고싶은데...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영월을 몇 번 갔지만 스치는 바람이었지요.장릉은 봤으면서 청령포는 가지 못했으니까요.이제 홍천 서석에 자리잡았으니 정리정돈이 끝나면 영월,정선,평창,태백,춘천,횡성,원주...강원도를 천천히 천천히 둘러볼 참입니다.발길 당는대로.....지나다가 들르시면 숙식은 제공하지요.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얏~~~~~~~호!! 길영 선생니~~~~~~~~임!! 쪼오~~~옥!! 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