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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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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세견 댓글 9건 조회 1,373회 작성일 05-07-1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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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고 있어요.

매일 오르락 내리락 하던 화실 앞! 
아무 생각 없이 지나 다니다가 지난 봄 어느 날 문득 <어! 이게 뭐야?> 깜짝 놀라 발견하고
道는 어느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끔 도와 준 
어디에나 있을 듯한 잡풀이다.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쓰레기 속에서도 모진 목숨 붙이고 살아 보아야겠다고 몸부림치는
괭이밥을 보며 안쓰러워 꽃삽으로 떠다 공원에 심어 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니! 지 눔 팔자가 그렇게 생겼으니 그냥 놔두자.
지 눔 나름대로의 행복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으로 그 자리에 그냥 놔두고
나 자신을 돌이켜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고 생각 한..........

몇 년 동안을 아무 생각없이 셀 수 없이 밟기도 했을
누가 눈 여겨 보아 주지도 않지만 조그마한 노랑꽃을 열심히 피우는 괭이밥이다.
어느 벌이 날아와서 수정을 시켜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바로 옆 공원에 온갖 꽃이 지천으로 널려있는데 이곳까지 날아올지.......? 는 의심스럽지만
때문에 근처에 있는 덕진공원에 자리를 잡지 못한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붓을 가져다 수정을 시켜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다 자연에 맡겨두기로........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모진 빗질에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매연 속에서도....
가끔 술주정뱅이들의 구역질, 한쪽 다리를 들고 실례하는 오물세례의 수모 속에서도...
악착같이 생명을 이어가는 이 보잘것없는 잡풀 괭이밥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하필이면 왜 이곳까지 씨가 날아와서 뿌리를 내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 잡풀이
<여러분! 나도 살고 있어요!!!!!!!!!!!!!!!!!!!!!!>하며
힘든 세상살이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소주병을 들고 고성방가를 일삼으며
덕진공원을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소주 한 병이라도 살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
모든 불행이 자신에게만 있는 듯 좌절하며 삶을 자포자기한 사람들에게,
< 더 큰 불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무 일찍 일자리를 잃어 갈 곳이 없어져 버려 덕진 공원에서 고스톱을 치며 세상 험담이나 일삼는 장년의 사람들에게
< 고스톱 할 수 있는 동전이라도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회초리를 들고 호통을 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스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보이는 것 모두가 스승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새삼 들게도 한다.

이제 곧 가을이오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모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리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 올 것이다.
화실 계단 앞 괭이밥은 여전히 내년 봄에도 새싹은 돋아 날것이다.
화실 앞을 지나 다니는 많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괭이밥을 보고
지금이 가장 행복한 이유를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내년 봄에도 괭이밥이 다시 힘차게 돋아나서
괭이밥의 생명처럼 생명의 소중함을, 끈질김을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었으면 좋겠다.

괭이밥은 그냥 그 자리에 놓아두어야겠다.
괭이밥의 의무를 다하도록.... 

어쩜 화실 앞 괭이밥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일꺠워 주기 위하여
척박한 그 자리에 뿌리를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화실 컴퓨터실 창문에서 보이는 파란 양철 지붕에 소낙비라도 한바탕 내려 자연의 싱그러운 난타 음악을 들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댓글목록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우리집 화분마다 바로 조 조기 조 괭이밥이... 다닥 다닥... 뽑아도 뽑아도 다시 다닥다닥... 척박한 돌틈에서 살아가는 괭이밥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시는 김세건 선생님.... 참으로 좋은 깨달음을 얻고갑니다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근데요... 돌틈에 ... 예쁘네요^^*  석부작?? 같아요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

  정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풀이지요. 때론 짙은 암록색 잎이 되어서 뭔가 다시한번 쳐다보게 하기도...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

  야생화 중에서도 꽃이 이쁜 것들이 많지요, 근데 저는 이런 작은 들꽃, 들풀들이 더 마음이 쓰이네요.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아, 새콤한 맛이 입 안에 가득 침을 고여놓습니다. 유년시절 배고픔을 잊게 하던 괭이밥.

김세견님의 댓글

김세견 작성일

  저도 초등학교시절 뚝섬을 오가며 가득 싱건지를 따다 런링구에 둘둘 말아 넣고 배꼽을  다 내놓고도 좋다고 먹으며 배고품을 달래던 기억이 있지요.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민초들의 애환이 깃든 풀이군요.

송규현님의 댓글

송규현 작성일

  틈새에 처절하게 생존을 이어가는 풀 한포기에 그렇게 철학적인 사유가 있을 줄이야...항상 삶 자체는 철학이기는 하지요.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대단한 생명 중시의 철학이네요.가슴이 찡해옵니다.허나 홍천으로 오고나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되네요.제 설 자리에 선 녀석은 대접을 받는데 설 자리가 아닌 곳에 있으면 잡초로 변하는군요.뽑으면서도 이 꽃을 사진에 담느라 진땀을 흘린 게 어디 한 두번이었던가 떠오르곤 하지요.어떤 분은 대둔산 자락에 허물어져 가는 초막을 수리하지 않고 풀 한 포기도 뽑지 않고 사는 분도 있지요.그래도 땔감은 나무니 그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런지요.좋은 글 잘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