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생식물연구회

자유게시판

HOME>이야기>자유게시판

'열심히 보고 열심히 찍겠다'는 마음을 비우고 나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손경화 댓글 7건 조회 1,819회 작성일 05-07-26 00:26

본문

지난 21일, 몇 집이 모여 유명산 휴양림에 하루 코스로 놀러 갔습니다. 애들을 데리고 바다에 다녀오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 휴양림을 고집했지요.
우리 큰 아들녀석(5학년) 조금은 부루퉁해서 하는 말, "엄마는 꽃만 보러 다닐 거잖아."
순간, 제 본심을 들킨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두근 하였습니다.
지난 6월 이후, '가족과 공원에 가서 사라져 버리기', '아빠가 친목 축구시합 하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응원은 안하고 온종일 정원만 헤매기', '애들 데리고 사적지에 가서 꽃과 정원만 보고 오기' 등의 전력이 몇 차례 있는 터라, 아이에게 할 말이 없었지요.
 "아냐, 꽃도 보고, 너희랑 물놀이도 할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행을 기다릴 때부터 제 관심사는 주변의 식물들로 온통 쏠렸습니다.  도로변 축대 위에 까치수영이 잔뜩 피어있고, 그 곁엔 아까시나무 비슷한데 잎도 작고, 꽃차례가 산방꽃차례인 흰꽃이 피는 나무가 꽃대를 올리고 있었죠.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산초나무 였지요)  제가 사는 부천시에서는 웬만해서는 보기 힘들던 식물들이 주변에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콩닥거리더군요. '무슨 나무일까?' 사진을 마구 찍어대고, 다시 주변에 본 적 없는 풀을 찍어대었습니다.
하지만 곧 본연의 임무-아이랑 놀기-에 충실하기로 했죠. 카메라를 식물로부터  애들 물놀이로 돌리고 아이들이랑 물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런데,'사진을 찍으며  열심히 찾으러 다니겠다'는 조바심을 버리니 주변의 나무와 식물들이 그냥 제게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그 모습이 머릿속에 박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식당 앞에 핀 꽃을 본 순간, '박새 같다'는 느낌이 들었나 싶더니, 식당 뒷쪽에 열매를 맺은 나무는 처음 보는 나무인데도 층층나무임을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한 번 보고 싶던 으아리도 철이 지났지만 피어있었고요. 붉나무와 여러 종류의 참나무 식구들이 구분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싸리와 조록싸리도 나름대로 구분이 되더군요.
 '열심히 배우겠다 '는 억척을 떠는 제모습 만큼이나  마음을 비운 하루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김형태님의 댓글

김형태 작성일

  ㅎㅎ. 이제 얼마 안 있어 고수가 되시겠어요.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식물에 마음을 두는 사람들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일 겁니다. 그것도 욕심이긴 하겠지만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들과 가까워지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지요. 사랑하는 마음만큼 알게 될 겁니다. 손경화님, 축하합니다!

이상경님의 댓글

이상경 작성일

  아마도 여기 회원님 들 일부는 손경화님 하고 똑같은 경험을 한두번쯤은 하셨을 것으로 생각 합니다. 어느정도 지나시면 가족들이 적응을 하실걸요.ㅋㅋㅋㅋ

김귀병님의 댓글

김귀병 작성일

  유명산휴양림내에 있는 야생화동산에 들리셨다면 아마 그날 돌아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

박수영님의 댓글

박수영 작성일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공감하는 날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아직은 부족한 것 뿐이기에...

김성대님의 댓글

김성대 작성일

  제 사연을 올리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