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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느 하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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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규현 댓글 24건 조회 1,649회 작성일 05-08-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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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슬 맞은 풀섶을 헤치고 밭으로 나갔읍니다.
 못생긴 오이와 피망, 가지를 몇개씩 땄읍니다.
 그리고 고구마 순도 한웅큼 꺾었읍니다.
 
 이 고구마는 심을 때 부터 애가 탔읍니다.
 고구마 줄기를 비스듬히 심어야 한다는데 거의 직각으로 심었읍니다.
 심은 줄기는 날마다 시들어 갔읍니다.
 애가 타 안달을 하면서 마을 사람에게 물었읍니다.
 심은 줄기는 말라죽으면서 새순이 나오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 했읍니다.
 잎이 무성하게 퍼져,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여유있게 지냈읍니다.
 어느날 마을사람이 와서 고구마 순을 따주고 줄기도 헤쳐놓아야 햇빛이 잘 들어 고구마가 잘 생긴다고 일러 주었읍니다. 이제사 그 많은 고구마 줄기를 따려니 또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그래서 오늘 아침 반찬거리 만큼 땄던 것이지요.
 고구마 순 좋아하시는 분 누구 없읍니까?

 붉은 고추도 제법 한소쿠리 땄읍니다.
 이 고추 말리는 것도 몇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읍니다.
 2-3일 햇볕에 널었다가 비가 오면 비닐하우스에 널었더니 거의가 곯아버렸읍니다.
 그 후에 딴 고추는 처음부터 비닐하우스에 널었읍니다.
 그랬더니 하얗게 변색이 된 희나리가 되거나 새까맣게 타버려 건질게 거의 없었읍니다.
 하우스 온도가 밖의 온도보다 많이 높으니 까만 차광막을 씌우고 자주 뒤집어줘야 한다는군요.
 고추 농사는 제법 모양새 있게 가꾸었는데 마지막 갈무리에서 그만 망쳐 버렸읍니다.

 오늘 점심 한끼 메뉴를 손수차렸읍니다. 매양 혼자서 반복되는 생활이기도 합니다.
 밑반찬이야 나의 왕비마마가 냉장고를 수시로 채워 주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읍니다.
 가지는 찜통에 찌고, 피망은 싹뚝싹뚝 썰어 프라이팬에 볶아 가지와 함께 들기름에 갖은 양념으로 조물락 조물락 무쳤읍니다.
 맛을 보니 간이 짜게 되어 사다 놓은 양파와 따온 오이를 생으로 썰어 썪어 간을 죽여 놓으니 그런대로 먹을 만 하더군요.
 손톱 밑이 까맣토록 고구마 순 껍질을 벗기고 역시 후라이팬에 들기름으로 볶아 다른 양념과 함께 무쳤읍니다. 이래서 오늘 나 만의 한끼 식사가 성찬이 되었읍니다.

 한 소쿠리 붉은 고추는 아예 배를 갈라 속을 훑어내기로 작정을 했읍니다.
 칼과 가위를 번갈아 사용하여 배를 갈르는 작업을 시작했읍니다.
 서툰 작업이 시간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더니 손가락에 붉은 물이 들고 아려오기 시작했읍니다.
 이 때서야 비닐 장갑을 끼었으나 효과가  없읍니다., 이 물질이 닿기만 하면 더 아리고 매운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읍니다.
 
  마마님들 맨손으로 김치를  버무릴 때 그 아린 고통 어찌 견디었을까 가슴이 저며오기도 했읍니다.
  손 맛 그것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었음을 오늘 새삼 깨달은 하루였읍니다.

댓글목록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허허허.....시골 초막생활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지는 듯 합니다.헌데 왕비마마께서는 어디에 계시길래 시종나리 혼자서 천안에 계신가 보네요? 저는 마마님을 뫼시고 사니 끼니는 잘 얻어먹습니다만.고추 말리기가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지요.제 집사람은 깔개 사나르기 바쁘네요.커서 곤란하고,또 어느걸 써보면 좀 불편하고 그런가 봅니다.고추는 달렸을 때 제대로 익은 걸 따서 그늘에 2~3일 두면 약간 곯는다는군요.이 때 빛에 말리기 시작해야 된다네요.저는 비닐하우스도 없어 뒤 냇물 제방 축대 위나 합판이 있기에 그 위에 말리지요.고구마 줄기 따기와 줄기 뒤집어주기도 그리 수월치는 않으실 겝니다.며칠만 지나면 밭둑이 가득하게 퍼지니 그것도 일이더군요.2~3백평 되는 손바닥만한 텃밭인데도 초보는제대로 작물을 가꾸고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수확해서 먹을 수 있도록 건사하기가 일거리더군요.옥수수도 풀을 매주고 거름을 주어야지 심어만 두고 가꾸지 않으면 먹을 게 없더라구요.제가 한 가지씩 배워가는 일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직접 음식을 만들지는 않으니 제가 호사하는가 봅니다.아,그리구요.고추를 처음부터 배를 갈라서 말리면 매운 맛도 떨어지고 뭐 어쩌구 하던데 곯아버리는 건 막을 수 있으려는지 모르지만 뭔가 좋지않은 점이 있는 것 같던데 한 번 알아보시지요.

송규현님의 댓글

송규현 작성일

  이길영님, 시골에 정착은 제가 먼저인 것 같은데 사는 방법은 훨씬 위인 것 같습니다. 내 마마님은 이직 미혼인 막내와 함께 본가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읍니다. 마마님 가시권 밖에서 사는 것도 좋은 점이 많기도 해요. 요건 몰랐지요?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자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먹고 호흡하고........... 해서..... 여인네들의 고충까지 진실로 가슴깊이 느껴보시는........ 정이 가득 넘치는 님의 삶이 부럽습니다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전원생활에 노고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박대철님의 댓글

박대철 작성일

  고구마 줄기 뒤집기와 줄기 따기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입니까? 저는 작년에 처음 심어 봤는데 그대로 두어도 밑이 잘 들었던데요. 그리고 금년에도 그대로 두고 있는데 처음 들어본 말이라서요?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허 허허.....제가 왜 웃느냐구요? 저도 직장생활 30여 년에 객지를 10여년 이상 돌았으니 중전마마 없는 생활은 경험이 좀 있지요.다만 식사는 거의 회사에서 해결이 되니 아침 정도만 걱정하면 됐지요.떨어져 살아보니 장점도 제법 있고 불편한 점도 있긴 있더군요.주말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필히 집에 갔으니 주말부부의 달콤한 맛도 알지요.애들을 너무 좋아해서 고것들 주말에 보는 재미도 아주 좋구요.그래서 저희 집엔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식사는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한동안의 불문율이었지요.농사는 저도 잘 모릅니다.다만 농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까지는 집에서 지내고 객지로 갔으니 실습은 초보지만 눈동냥,귀동냥은 조금 해본 셈이지요.박대철님이 고구마 기르기가 궁금하신 듯 한데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줄기를 밭둑으로 올려주어 줄기가 다시 잔뿌리를 내리지 않게 해주고 원줄기에서 난 곁줄기도 되도록 다주는 것이 좋다고 들었습니다.어느 분은 밭고랑에 신문지를 깔아주니 곁줄기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더라는 경험담도 얘기하더군요.토질과 비배관리,기후와 일조량 등이 수확량에 많은 영향을 주겠지만 키우는 요령도 조금은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송규현님의 댓글

송규현 작성일

  박대철님 고구마는 착한 놈들인가 보내요. 알아서 잘 커 주니 그 종자 좀 나누어주시구려. 허허허....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경험에서 오는 것들이라 더욱 실감이 납니다. 얼마간의 수고야 무엇을 한들 없겠습니까만, 땅은 공들인 만큼의 수확을 주니 진실하다고 말씀하셨던 이모님 말씀이 떠 오릅니다.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농사는 정말 자신 없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저에겐.

김장복님의 댓글

김장복 작성일

  이야기를 읽다보니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고구마, 옥수수, 호박, 고추등을 심었는데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란 놈들이 고추를 제외하고는 다 훑어 가더군요. 그래도 풋고추를 매끼마다 먹을 수 있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한명희님의 댓글

한명희 작성일

  재미있는 고생을 하시는군요.저는 김세견과 벌여놓은 숲문화센터에서 귀농이나 전원생활을 원하는분을 상대로 귀농강좌를 열생각 입니다. 그리하여 개개인 실정에맞는 설계도 내어주고 생활속에서 얼마간의 돈도 벌수있는 그러한 귀농교육 프로그램을 엮어볼려고 합니다.

김성대님의 댓글

김성대 작성일

  제 마음이 살찌는 것 같습니다!

박대철님의 댓글

박대철 작성일

  규현님,길영님의 고구마 재배법 말씀을 읽고 염려가 되어 아침 일찍 5월 하순경에 싹을 심은 놈을 파 보니 혼자서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뿌리가 자랐드군요. 그래 나중에 심은 것도 파 보니 상당이 많이 자라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덩굴을 올려 주고 잘라주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수고가 많으실가 싶습니다.다른일도 복잡한데 말입니다. 내년에는 비교군을 만들어 직접 시험을 해 보시고 길러보시죠 ㅎㅎㅎ^^

한명희님의 댓글

한명희 작성일

  농사꾼 앞에서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고구마는 비옥한 토 양을 피하고 시비를 거의 하지않고 걍두어도 잘됩니다. 재초작업이 힘드니 두둑에 필름으로 멀칭을 하면 농사끝.

송규현님의 댓글

송규현 작성일

  공자 앞에서 문자는 끝입니다. 이사람 저사람 말을 듣다 보나 황희 정승 한담이 생각납니다. 그러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지요.

김형태님의 댓글

김형태 작성일

  풍성한 수확을 축하합니다.

김귀병님의 댓글

김귀병 작성일

  나두 남으로 창을 내겠습니다. ^^  고구마 심기: 밭이랑을 높게 만들어 비닐멀칭을 한 후 수평심기, 휘어심기. 생장하면 잔뿌리가 내리지 않도록 뒤집고 순따기(불필요한 곳에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고 덩이뿌리(괴근:고구마)의 성장을 틈실하게 하기위해.. 귀동냥, 눈동냥. ^^

한명희님의 댓글

한명희 작성일

  甘藷(감저)하나로 재미있는 이야기 많아서 참좋습니다.

송규현님의 댓글

송규현 작성일

  우리 회원님들,  고구마 심기 경연대회라도 열어봅시다.

손경화님의 댓글

손경화 작성일

  ^^ 고구마줄거리 먹고싶어라.

송규현님의 댓글

송규현 작성일

  손경화님. 먹을 수 있읍니다. 친구들 몰고 와서 죄 따가세요.

김제민님의 댓글

김제민 작성일

  ㅎㅎ~ 저 같은 나이롱 주부 보다 훨씬 낫습니다. 전 일회용 장갑까지 끼고 배추 속 넣었는데...나중에 손이 화끈 거려 무지 혼나서 다음부터는 아예 김치 안담습니다. 그래서 얻어 먹거나 사 먹는답니다 ㅠㅠ  전원생활 너무 즐기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자연과 함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