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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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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남윤 댓글 9건 조회 1,846회 작성일 05-08-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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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신북면 유포리 마적산밑에 빨간지붕의 하얀집 한채가 별장처럼 있습니다.
대지 600여평에 초우당이라는 이름이 걸린 이 집은 수암 이근구선생님이 교직말년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화원을 경영하는 아드님을 위해 장만하셨던것인데 토질이 워낙 자갈이 많고 또 시내에서 거리도 멀어 당사자가 기피하기 때문에 퇴임후 본인께서 눌러 앉으신 집입니다.
우리는 별장이라 부르지만 당신께선 농막이라 부르시며 컴퓨터,신문,TV등 문명의 이기를 멀리한채
산과 들과 꽃,바람을 벗삼아 시를 쓰시며 거처하는 집입니다.
토요일 마눌과 함께 방문하겠다 전화를 드렸더니 원주에 기거하시는 사모님께서 모처럼 오셔서 시내에 나오셨다며 오후 5시 이후에나 시간이 나신다고 합니다.
마눌과 함께 식사를 대접하고 한라구절초등 작품용 소재도 얻을 요량이었기 때문에 주일 예배후 만남을 약속하고 어제 5시경 농막을 방문하였더니 내외분께서 마당을 깨끗히 쓸어 놓으시고 흰의자에 앉아 별볼일 없는 손을 기다리고 계신겁니다.

수암선생님은 1934년생이십니다. 장학사와 초등학교 교장등 40여년의 교직생활을 마치시고 고향집으로 돌아왔더니 시내에 있는 본가가 홍천 서석등 주로 한적한 산골에서 근무하던 환경과 너무 달라 모든걸 정리하고 초우당으로 기거를 옮기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취향이나 성격이 비슷하고 또 후배의 외삼촌이 되는등 여러가지 인연때문에 가끔 만나 식사도 하고 또 꽃모임 가족들이 찾아오면 모시고 가도 마치 내손님처럼 부담없이 대해주십니다.
마당에는 밤나무사이사이 더덕덩굴이 소담한 꽃송이들을 매단채 널려 있고 성질급한 밤은 벌써 아름을 떨어뜨려 가을의 정취를 알리고 있습니다.
사모님께서는 두식구라 먹거리가 별로 필요없다 사양을 하는데도 단호박,호박,풋고추등을 고향어머니처럼 챙겨주십니다.
"600평이 너무커~ 김선생은 한 200평정도만 가꾸도록 해~"
은백의 흰머리에  검게 그을린 얼굴이 건강해 보이십니다.
시모임,꽃모임 여러모임에 나가시고 춘천우리꽃 고문이시기도 하신데
"이젠 늙은이가 나가는게 누가 될것 같아 사양을 하려고 해~"
며칠전 꽃님네서 저녁을 먹고 귀가길에 내 차에 한 말씀이 생각나
"또래들만 있는 모임에 큰형님같은 수암선생님이 계셔서 모두가 좋다고 하는데 은퇴하시면 저도
은퇴를 할까요?
했더니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하시며 좋아하십니다.
4식구가 함께 알밥을 먹으며 창밖으로 내다 보는 들녘에 어느새 황금빛 기운이 황혼색과 함께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사진은 초우당 길목에 지천으로 핀 옥잠화인데 향이 좋다고 한무더기 꺾어 주셨습니다.)

댓글목록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춘천 신북면에 샘밭이 있지요? 저의 군대생활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신북면만 봐도 무지 반갑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초우당에 가 선생님을 뵐 수 있기를...

김은주님의 댓글

김은주 작성일

  향기는 기가막히지만 밤에만 피는 꽃인데 절화도 되나요? 72세의 수암선생님 늘 건강하세요~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

  윤영님, 남자분이셨어요? 전 그저 이름만으로 여자분이신줄... 아이구 이런 큰 실례를... 죄송합니다아~~.

김성대님의 댓글

김성대 작성일

  김남윤님께서 아침부터 눈물샘 자극하시네요.......저! 남잡니다!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은퇴후에 살고 싶은 정경입니다.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마음 쓰심이 고와 절로 유쾌해집니다. 달라 보이시는 듯한데 두루두루 닮아 웃으시는 모습까지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가뿐한 저녁입니다. 그 인연에 축복을....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나이들어 살고싶은 정경이네요.저도 산촌으로 들어왔습니다만 텃밭이 너무 커 조금씩 꽃밭으로 일구려하지요.문명의 이기를 모두 외면하시고 유유자적하시는데 저는 인터넷도 하고 티비도 있으니 아직 멀었군요.춘천에 한 번 가서 두루 뵙기도 하고 인사도 드려야는데...대문이 닳도록 드나들고 눌러앉을지도 모른다시던 김교수님은 우째 오라거나 오겠다는 말씀도 없으니 바쁘시긴 한가봅니다 그려.살다보면 국야 큰성님이랑 뵐 날이 있겠지요.김남윤님이 올려주신 자생의 물매화도 보러 가야는데.....

김남윤님의 댓글

김남윤 작성일

  이길영님, 언제든 오십시요. 저는 토요일이 항상 한가합니다. 초우당은 바로 유포리 막국수 옆이고 농막근처엔 한라구절초등 가을꽃도 지천입니다.

송규현님의 댓글

송규현 작성일

  이길영님, 혼자만 가실 생각 마시고 한발 함께할 기회도 주십시요. 김남윤님 저도 불러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