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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들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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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정섭 댓글 6건 조회 1,839회 작성일 02-09-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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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작년인가 재작년 추석때 우리 가족이 고향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혹시 자동차로 호남지역으로 내려가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하여 올려봅니다.
내용이 좀 길긴 하지만...
포근한 고향을 생각하면서 봐주시길~



막히면 돌아가라!
한 곳에 선 채로 10분 이상 기다리지 마라!
내 운전스타일과 잘 맞는 명절 고향길 운전요령이다.

(가는 길)
모두들 잠들어 있을 새벽 5시, 조용히 수원의 아파트를 빠져 나와 영통-오산 길을 가다 보니, 예상대로 차들이 없다.
가장 직선 코스인 평택-천안에 도착하니 6시10분, 평소보다 오히려 빠른 진행이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고 공주행으로 가닥을 잡고 진행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긴 차량 행렬, 한 5분여쯤 서다가다 하다 보니 왼편으로 길이 하나 보인다.
후다닥 지도를 확인한 오른쪽 좌석의 조수가 그쪽으로 가잰다.
한참을 달려도 차들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완전히 룰루랄라하면서 전의에서 천안-논산간 고속국도로 접어들었다.
여기서부터 논산, 연무까지 평균 120km로 질주, 간간이 나타나는 카메라를 의식해야 할 정도로 소통이 좋다. (명절에 찍으면 그 카메라는 정말 나쁜 카메라다 ^^)
핸들을 익산방향으로 잡자, 웬걸 차들이 장난이 아니다.
다시 왼편으로 길을 찾아보니 봉동, 화산을 통해 전주, 익산으로 가는 게 좋을 거 같다.
지체없이 방향을 돌려 완주쪽으로 밟으니 역시 우리뿐이다.
휘파람 불며 전주에 도착해 보니 8시 10분, 캬~ 평소 수원-전주(210KM)간 3시간에 비하면 그야말로 날라 온 기록이다.
아침 겸 해장으로 김제에서 먹은 시래기 된장국, 정말 기막힌 맛이다.
새벽바람을 가르고 와서 약간 허기졌었는데 아침을 챙기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역시 먹는데는 절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하여간 먹는 거는 꼭꼭 ^^)
커피까지 한 잔 하고 나니 막힐 때마다 적절하게 샛길로 접어든 것들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정읍까지는 누워서 가도 30분이면 간다.
여기는 모든 길들이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 지도 볼일도 없다.
작년에는 너무 빨리 도착해 변산반도를 들러 한 풍경 하고 집에는 오후에 들어갔는데,
오늘은 아버님 산소 벌초 때문에 지체할 수가 없다.
집에 도착해 보니, 엥! 집에 문이 잠겨지고 아무도 없다.
우리가 너무 빨리 도착한 것이다.
형님네는 어차피 내일 오기로 했었고, 어머님은 으레 오후에나 도착할 줄 아시고 시장에 가신 거였다.
누나네랑 여기저기 전화해 보고 있는데,
저쪽 골목 끝에서 어머님이 뭔가를 끌고 힘겹게 오시고 계신다.
곧장 달려가 짐을 들고 인사를 드렸다. 몇 개월만에 뵙는데...
예전보다 많이 날씬해지신 거 같았다.
...

(중간에)
추석당일,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다녀오니 오후 2시,
점심을 먹은 후 오후 3시경 매년 그런 것처럼 익산 처가댁을 향해 출발했다.
옆에서 고속도로를 보니 벌써부터 귀경전쟁이 시작되었다.
정읍을 벗어나 김제방향으로 접어드니
앞뒤좌우 모든 길들이 귀경차량, 성묘차량들로 뒤엉켜 있다.
이럴 땐 지도만 가지고 안 된다.
지도에 없는 도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거의 감각적이어야 한다.
일단 마을로 들어서서 크고 작은 농수로나 마을길을 타는 게 상책이다.
김제를 중심으로 한 호남서부방향의 모든 차들이 김제를 경유하기 때문에
일단 김제를 피해 전주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크고 작은 소로를 따라 계속 직진했다.
중간중간 국도나 지방도를 만나게 되는데 여지없이 차량들로 꽉 메워져 있다.
가만히 보니 전주방향도 장난이 아니다.
다시 김제방향으로 차를 돌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군산방향으로 청하-대야-익산행이 보인다.
이쪽은 흐름이 좋다. 결국 평소 50분이면 갈 거리를 3시간 반이나 걸렸다.

(오는 길)
13일 새벽 4시15분, 익산 처가댁을 조용히 빠져 나와 귀경길에 올랐다.
가닥을 함열을 지나 논산-천안 고속국도로 잡고 논산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
공주에 거의 도착해서부터 문제가 발생,
이 도로가 고속도로처럼 중앙에 분리선이 있어 차를 돌릴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가다서다 반복을 무려 1KM 가는데 세 시간 남짓이 걸린다.
공주의 전의에서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자꾸 눈은 감기고 배도 조금씩 고프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차를 오른쪽에 붙이고 잠을 좀 자 두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약 한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보니 상황이 꽤 부드러워졌다...
지방도로로 계속 따라가다 보니 마침 컵라면 먹는 곳이 있다.
비오는 다리 밑에서 먹는 컵라면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다시 운전대를 잡고 보니 차량흐름이 역시 순탄치 않다.
가까스로 공주를 벗어나 천안 목천-북면-입장-안성까지는 일사천리다.
안성에 도착해보니 10시 30분경, 여기서도 차들이 많이 엉켜 있다.
무조건 시내 중심가 쪽으로 들어갔다.
명절에는 외곽보다는 시내가 한가롭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역시 소문대로 시내는 비어 있다.
요리저리 골목길을 통해 원삼, 용인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저수지를 낀 용인방향 국도는 차량들이 꽤 많다.
한 10분 따라가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차를 돌렸다.
지도를 보니 저수지 안쪽으로 작은 동네 길들이 많다.
역시 돌아오길 잘 했다.
마을로 접어들어 용수로 따라 이리저리 오다 보니 바로 오산이 나온다.
거기서 집까지는 채 20분 정도, 집에 돌아오니 12시 30분이었다.
익산에서 꼭 8시간 15분이 걸렸다.
이번 귀경은 많이 힘든 길이었다.

(마무리)
이십년 가까이 다니면서 나름대로 익힌 고향나들이 운전요령이다.
첫째, 고속도로나 주요 국도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돌아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길이 막히면 10분간은 기다려 보되, 풀리지 않으면 즉시 차를 돌린다. 한 두 시간이 서서 금방 가버리기 때문이다.
셋째, 두 시간 운전 후 10분 정도는 반드시 휴식을 한다. 사고는 졸다가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나는 걸 흔히 봤기 때문이다.
넷째, 앞차가 간다고 무조건 마을길로 따라 들어가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나 감각으로 길을 찾아야지 그렇치 않으면 끝에 길이 없어 20-30대가 거꾸로 나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저는 낼 새벽 2시경에 출발하려 합니다.
혹시 방향이 같으신 분은 모시고 가지요, 차든 사람이든~^^*

다들 안전운전하시기 바라며...

댓글목록

박성배님의 댓글

박성배 작성일

  귀향하실 분들 프린트하나씩 떠서 보는게 좋을 듯~~여기도 들리십시요.동동주한잔 대접하겠습니다~

고재영님의 댓글

고재영 작성일

  모두둘 즐거운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운전조심하시고요..

박성배님의 댓글

박성배 작성일

  제가 21일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실 분들은 사무소에 들리십시요~

김용환님의 댓글

김용환 작성일

  다들 조심하시구려. 마무리 셋째가 맘에 쏘옥 듬니다. 요럴땐 큰아들도 과히 나쁘지 않지요. 집에만 있으면 되니까.

박재옥님의 댓글

박재옥 작성일

  야생화만 박사인 줄 알았는데, 도로에 관해서도 통달했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요.^.^

Mark S. Roh님의 댓글

Mark S. Roh 작성일

  모두둘 즐거운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운전조심하시고요 and 야생화만 박사인 줄 알았는데, 도로에 관해서도 통달했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요 I cut and pasted Dr. Ko's  and Mr. Park's note, since I can not type in Korean.  To all KWRA members: Have a safe t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