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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양상군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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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규현 댓글 11건 조회 1,700회 작성일 05-10-3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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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건 작건 남의 물건에 손대는 양상군자는 없어야 겠지요.
 시골의 후덕한 인심이 있어 좋은데
 그런 시골 분위기를 해치는 작은 양상군자 이야기 몇토막입니다.

 경험 1 : 4년전 이곳에 작은 초막을 짓고 입주한 약 한달 후
  서울집에 며칠 머물다 내려와서 화장실 문을 여니 창문이 몽땅 없어진 황당한 광경이 눈 앞에 나타
 났읍니다. 뒤곁으로 돌아가 보니 창문 두짝을 얌전하게 오일탱크 위에 올려놓고 바베큐용 화로를 발
 판삼아 창문을 넘어왔나 봅니다.
  그 양산군자 왈 이 집은 고물상인가 보다 했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버려야 할 것만 챙겨왔으니까 집
 어갈 것이 있어야지요.

 경험 2 : 2년전 여름 한참 수박을 따고 있는데 웬 잘 생긴 젊은이 2명이 나타나 수박을 사겠다고 밭을
  훑고 다니더군요. 입구에 작은 화물차가 서있는 걸로 보아 이동행상을 하나 보다 여겼지요. 나는 잘
  생긴 젊은이들이 열심히 사는구나 하고 어께를 치며 기특하다 했지요. 그들은  다시 오겠다며 가더
  군요. 그런데 수박을 재배한 농부는 살 사람들이 아니것 같으니 밤에 보초를 서야겠다고 합니다. 마
  침 내 친구들이 와 있어 함께 불침번을 서면서 지켰읍니다. 그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읍니다.
  다음 날엔 내 승용차로 밭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잤읍니다. 무사했읍니다. 또 그 다음날에는 비
  가 부슬부슬 내리기 때문에 바리케이트는 치지 않아도 되겠다는 친구들의 강력한 주장에 그만 두었
  지요. 아차! 바로 그 허점에 당하고 말았지요. 답사차 와서 눈여겨 두었던 잘 익은 수박 60여덩이를
  서리해 갔읍니다.
  내 가슴이 이렇게 아프고 분한데 직접 재배한 농부의 원통하고 쓰린 마음이야 오죽했겠읍니까?
  도시에서 살던 나는 그 젊은이 들이 열심히 산다고 기특하다 했는데 오히려 농사만 짓던 농부는 처
  음부터 불신했읍니다. 참 사람을 볼 줄을 그렇게 몰라서야 쯧쯧... 씁쓸한 경험이었읍니다.

  경험 3 : 금년 초봄에 텃밭갈이 준비로 퇴비를 사다 밭고랑에 6푸대를 옮겨 놓았읍니다.
    아직 밭갈이 하기에는 날씨가 일러 이것 저것 사전 준비하면서 느긋하게 오는 봄을 즐기고 있었읍
  니다. 어느날 아침 터밭에 있어야 할 퇴비 2푸대가 없어 졌읍니다. 허 참! 시골에 웬 인심이 이리도
  고약한고 하고 지나쳤읍니다. 며칠이 지나 퇴비 2푸대가 또 없어졌읍니다.
    아마도 과수원에 널려 있는 나물을 캐러온 사람들이 원예용(?)으로 슬쩍하지 않았나 이해하고 말
  았읍니다.

  경험 4 : 내 초막은 2차선 포장도로 네거리 코너에 있는 독립가옥입니다.
    해바라기를 100여 그루 심었지요. 50여 그루가 꽃을 피워 오며 가며 바라보면서 지냈지요. 가을도
    깊어가고 해바라기도 따야 했는데, 잎이 누렇게 단풍이 들어도 고개숙여 달려 있는 해바라기를 끝
    까지 두고 보겠다고 했는데,  하나씩 하나씩 해바라기 목이 날아가는 것이었읍니다. 지나다니는 사
    람들이 슬쩍슬쩍 꺾어가나 봅니다. 나는  해바라기 꽃을 즐기면 그만이었는데 양해를 구한다면 내
    손으로 꺾어줄 수도 있는데 이 또한 씁쓸한 경험이엇읍니다.

  순박하고 그래서 따뜻한 시골인심은 아직도 남아 있는데.....
  유쾌하지 않은 경험은 벌써 잊어버렸는데 해바라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를 꾸며보았읍니다.

 

댓글목록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

  내것이아니면 눈으로만 즐기고 탐스러워하고 손대지 않는 맘을 기르는 것은 성인만 가능한 것이 아닐텐데... 언제나 아이들에게 강조합니다.

한명희님의 댓글

한명희 작성일

  김세견선생 잘보고 느끼시오 .ㅋㅋㅋ

홍종훈님의 댓글

홍종훈 작성일

  남의 수고로움을 모르는 파렵치한 때문에 시골인심 사나워지고 낯선이 나타나면 경계경보부터 해야하는 야박한...

지길영님의 댓글

지길영 작성일

  이그~, 가슴 찔리느만요. 제가 아주 어렸을때 송규현님 왕비마마와 갈현동 큰왕비마마 쫒아다니며 우두동에 놀러 갔을때 자두 서리 했었는디....,밤에 몰래 따가지고 집에와 보니 시퍼런것이 더 많아 아쉬워했던 아련한 추억이...~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어릴 때 시골살면서 이것 저것 서리하던 생각이나 가슴이 뜨끔합니다. 그 때 서리 당했던 분들께 용서를 구합니다.

김성대님의 댓글

김성대 작성일

  내년에는 해바라기 주위에 며느리밥풀을 심어 보시고 큼지막한 호박구덩이도 몇개 보너스로 만들어 보시지요.^^ 아참 한명희님께서도..ㅎㅎㅎ

손경화님의 댓글

손경화 작성일

  마음에 와 닿습니다. 가뜩이나 시골 살기 어렵다는데...

김세견님의 댓글

김세견 작성일

  난 그래도 복숭아 따서 한입 베어먹고 (맛이 없어서....) 도로 과수원에 던져 놓았는데......ㅎㅎㅎㅎㅎㅎㅎ

미섭님의 댓글

미섭 작성일

  사람 살지 않는 빈농가의 그 옆으로 길따라 서 있던 두그루의 무화과나무에서 똑 한개 따 먹어봤습니다...달달까끌하게 씹히던 무화과맛을 잊지 못합니다 영목항에서 바람아래해변까지 걸어갔다가 돌아가던 길이었으니까요.. 딱 하나지만 ..푸싀케였나 그 앤 석류 한알을 먹고도 지하에서 살아야 했지요 흑, 난 나쁜 놈입니다 무화과 한개..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장난기가 배거나, 배 곯아서 했던 유년 시절의 서리와는 차이가 있겠지요? 하던 짓이 생각나서...ㅠ.ㅠ / 일년 꼬박 지은 농사를 몽땅 잃고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시던 이웃 어르신들이 생각납니다. 정말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데.

송규현님의 댓글

송규현 작성일

  그저 서리했던 아련한 추억만을 되새김질 하면 됩니다. 나는 서리 한번 못해보고 커버려 그런 재미있는 추억거리도 없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