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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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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남윤 댓글 6건 조회 1,623회 작성일 05-12-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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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연

 언제인가 우리집에 작은화분하나가 들어왔다.
어린아이 밥주발만한 크기의 화분에 담겨진 식물은 내 상식으로는 석송같다.
금낭화,매발톱등이 앞다투어 피는 봄날에도 석송은 뛰어나지 않은 용모와 왜소한 체구 때문에 화려한 봄꽃들에 가려 눈에 띄지 않더니 추위가 다가오고 월동이 어려운 식물들을 현관이며 거실에 들여놓다보니 애기손가락보다도 작은 석송이 추위에 잔뜩 움크려든체 겨울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에서는 월동이 가능하다는데 중부권에서도 춥기로 유명한 이곳 춘천에서 겨울을 날지 의심이 가지만 워낙 집안이 협소하여 마삭,콩짜개덩굴,도깨비고사리등 손이 많이가던 식물에 밀려 담밑에 두었다 어느날 보니 초록잎이 추위에 분홍색에 가까운 모습으로 잔뜩 움츠리고 있지않은가?
흙이 묻은 화분을 닦아 거실탁자에 올려 놓았더니 잎이 펴지며 새순을 키우기 시작한다.

현암사에서 나온 숲해설아카데미라는 책을 보다가 석송에 관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3억6천만년전 대형식물들이 지구상에 자라기 시작하였는데 이때를 인류는 석탄기라고 부른다.
석탄기에는 대형 양치식물이 거대한 산림을 형성하여 지구를 뒤덮었고 이러한 양치식물들은 3억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오늘날 쇠뜨기,석송,속새로 부르는 지름 2~3mm, 높이 30cm안팎의 왜소한 식물로 전락하여 영고성쇠를 확인하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석송의 후손이 우리집에 와서 2005년 겨울을 우리가족과 더불어 거실에서 기거하고 있다니....

지금 지구는 구석구석이 이상기후로 난리법석이다. 호남지방에 역사이래 최대의 폭설이 내려 수천억대의 피해와 아픔을 주더니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유럽도 엄청난 폭설로 수만명이 도로에 고립되는가 하면 어떤 사막은 때아닌 물난리로 과학이나 상식을 우습게 만들기도 하고...
어쩌면 수세기후 아니면 수십년후 인류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을 때도 영겁의 세월을 이어온 이 생물들은 여전히 지구의 주인으로 인류의 역사를 기억하지 않을까?

댓글목록

김성대님의 댓글

김성대 작성일

  수억년 인연의 끈을 다시 엮으셨군요. 석송은 마음 따스한 겨울을 날 것 같습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생명에 애착을 갖다보면 즐거움도 크지만 아픔도 있고 때로는 안타가운 일도 생기더군요.때로는 욕심에 생명을 받아들였다가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하고 보낼 때는 그 아픔이 유별나지요.그래서라도 무심을 배워보려 애쓰지만 쉬이 되는 일도 아니고 때로 큰 교훈을 얻어도 또 시간이 흐르면 잊게되곤 하더군요.수억년의 인연이라는 것이 이 순간에 이어지고 있는 엄숙함을 주는데도 인간은 어리석어서 또 잊고는 하지요.소중한 인연 잘 이어가시기를 빌어봅니다.때로 아픔이 오더라도 또 욕심을 버리고 애착이나 집착에 매이지 않고 무심을 배우자고 다짐하지만 잘 되지 않는군요.

한미순님의 댓글

한미순 작성일

  그래도 푸름은 우리에게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하는듯 합니다 신선한 모습에 도전을 받자 아자 !아자!!

이정옥님의 댓글

이정옥 작성일

  나도 아자!아자! ^^

김형태님의 댓글

김형태 작성일

  작은 생명의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아마도 인류의 역사가 가장 짧지 않겠습니까? 새해에도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