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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괴산군 청천면의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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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윤영 댓글 5건 조회 2,054회 작성일 06-01-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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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리지(連理枝) - '소나무과'
  • PICT8152.jpg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입니다. 나이는 120~130살쯤 되어 보이며 지름은 한아름이나 됩니다. 땅 위 5.5m 높이에서 굵은 가지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마을 뒷산 자락에 모여 자라는 여러 그루의 소나무 중 구불구불한 나무 두 그루가 마주 보면서 다리를 놓듯이 이어져 있습니다. 연리지 나무의 바로 옆에는 줄기의 밑동이 서로 붙어버린 연리목도 함께 있어서 두 나무가 한몸이 되는 과정의 모두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 나라에는 경북 청도군 운문면 지촌리의 소나무 연리지와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의 동백나무 연리지가 있습니다. PICT8132.jpg * 연리지(連理枝)에 대하여 / 박상진 교수(경북대학교) 숲 속의 나무들은 좁은 공간을 나눠 갖고 살아간다. 나눔의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니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남보다 먼저 쑥쑥 키 자람을 하고, 가지와 잎을 잔뜩 펼쳐놓아야 한다. 자연히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조금의 빈 자리라도 생겼다 하면 주위의 나무들은 우선 가지부터 들이밀고 본다. 서로가 부딪치면서 맞닿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자기만 먼저 살겠다고 발버둥치지만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함께 협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의 부족함을 조금씩 메워나갈 수 있도록 아예 몸을 합쳐 한나무가 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렇게 맞닿은 두 나무의 세포가 서로 합쳐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연리(連理)라고 부른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이다. PICT8136.jpg 서기 736년, 무혜왕비를 잃고 방황하던 56세의 당 현종은, 남도 아닌 자신의 열여덟번째 아들 수왕 이모(李瑁)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무리 제왕이 하는 일에는 부끄러움이 없다고 생각한 왕조시대의 사람들이었지만, 훗날 양귀비가 된 스물두 살짜리 며느리와의 사랑 놀음은 당시로서도 충격적인 스캔들이 아닐 수 없었다. 비극으로 끝난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양귀비가 죽고 50여 년이 지난 서기 806년, 유명한 시인 백거이(백낙천)에 의하여 ‘장한가(長恨歌)’라는 대서사시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당태종이 양귀비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백거이가 이렇게 노래하였다. "칠월칠일 장생전에서 깊은 밤 두 사람은 은밀한 약속을 하는데 우리가 하늘에서 만나면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이승에서 다시 만나면 연리지(連理枝)가 되세." 중국의 전설에 비익조는 눈도 날개도 한쪽만 있는 새다. 암수가 합치지 않으면 날 수 없는 신화 속의 새이다. 연리지는 물론 두 나무의 가지가 합쳐 하나가 되어야 만들어지는 나무이다. 이후 수많은 중국인들의 사랑 이야기에 연리지는 단골손님이 된다. PICT8145.jpg 연리가 되는 과정을 조금 자세히 알아보자. 이웃한 나뭇가지나 가까이 심은 두 나무의 줄기는 차츰 굵어져 서로 맞닿게 된다.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므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로를 심하게 압박한다. 우선 맞닿은 부분의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여 파괴되거나 안쪽으로 밀려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맨살끼리 맞부딪친다. 남남으로 만난 둘 사이에 사랑의 스킨십이 이루어지면서 물리적 접촉 단계를 지나 생물학적 결합을 시작한다. 먼저 굵기 자람을 담당하는 ‘부름켜’가 서로 연결해도 거부반응이 없을지를 알아본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합쳐도 좋다는 뜻이 맞으면, 두 나무의 세포는 운명적인 만남을 완성하기 위해 이어지기를 시도한다. 부름켜는 가진 물질을 서로 주고받고, 이어서 양분을 공급하는 방사조직을 서로 섞어버린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세포들은 맞닿는 선을 따라 차근차근 서로의 세포벽을 잇는 공사를 진행한다. 이렇게 생물학적 결합이 끝나 공동으로 살아갈 한몸으로 완성되면서 연리의 대장정은 막을 내린다. 두 나무 세포가 결합하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은 하나의 나무와 똑같아진다. 이런 나무를 잘라보면 마치 쌍가마처럼 한꺼번에 두 개의 나이테 두름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하나의 몸이므로 양분과 수분을 같이 쓴다. 불행히 한 쪽 나무가 잘려나가더라도 광합성을 하는 나머지 한 쪽 나무가 양분을 공급해 주면 살아갈 수 있다. PICT8154.jpgPICT8156.jpg * 연리는 일부러 만들 수도 있다. 연리지를 만들기 위하여는 같은 종류의 두 그루 나무를 한 걸음 정도 떨어지게 심는다. 가지 둘을 골라 껍질을 조금 긁어내고 탄력 있는 튼튼한 비닐 끈으로 묶어두고 느긋하게 몇 년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붙었는지를 확인하려고 가끔씩 끈을 풀어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서로가 믿음을 가질 만큼의 시간은 줘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손을 꼭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의 연리지가 만들어지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 줄기도 차츰 굵어지므로 두 줄기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결국 두 줄기는 맞닿아 하나가 되는 연리목으로 사랑의 대장정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이렇게 연리지에서 출발하여 연리목까지 이어지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연리지를 생략하고 처음부터 연리목을 만들려면 심을 때 아예 꽁꽁 묶어서 심어도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나무로도 연리를 만들 수 있으나, 의미가 있는 나무를 따로 골라도 좋다. 사랑의 자귀나무나 귀신 쫓는 음나무를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 나무나 서로 맞닿게 한다고 연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리란 종류가 같은 나무, 예를 들어 음나무와 음나무, 자귀나무와 자귀나무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감나무와 고욤나무처럼 아주 가까운 친척 사이이어야 한다. 대체로 접붙이기가 가능한 나무는 연리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소나무와 참나무처럼 종류가 전혀 다른 나무는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을 같이 붙어 있어도 그냥 맞대고 있을 따름이지 결코 연리가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서로의 피부를 맞대고 있을 뿐이다. 세포의 종류나 배열이 서로 달라 부름켜가 연결될 수 없으며 양분 교환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런 나무는 엄밀히 말하여 ‘연리’가 아니다. 김건모의 노래 제목처럼 ‘잘못된 만남’일 따름이다. <펌>

댓글목록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식물 세계에서의 잘못된 만남은 영원하지만 인간의 잘못된 만남은 마음에 따라 연리가 될 수도 있겠지요.합환수인 자귀나무 연리목을 만들어보고 싶네요.자세하고 좋은 내용 잘 봅니다.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자연상태서 한 몸이 되는게 쉽지는 않겠군요,

최연실님의 댓글

최연실 작성일

  사진과 함께한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연리지에 대해 모호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설명을 읽고나니 짐작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

  누군가와 하나가 되는건 정말 오랜시간이 필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