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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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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남윤 댓글 11건 조회 1,276회 작성일 06-02-0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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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06/02/07 10:35 am
아부지, 저 잘갔다올게요^^  ☞ 김병철

아들이 친구와 배낭여행을 떠나며 보내온 문자입니다.
녀석은 3월 복학을 앞두고 지금 홍콩을 거쳐 중국, 티벳등 몇개 나라를 돌다 21일 귀국할 예정입니다.
만병(病)을 고치는 의사가 되라고 병철이라 이름지었더니 어려서는 오는 감기 가는 잔병 모두다 처리하는 약골이었습니다. 천식까지 심하여 걸그렁 거리는 녀석을 보며
“개구장이라도 좋다.튼튼하게만 자라라!” 했더니 공부는 멀리하고 허구한 날 게임이며 친구들과 어울려 싸우고 놀고 그렇게 자랐습니다.
대개의 집들이 그렇듯이 녀석이 자라며 애비인 나와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져 갔습니다.
어쩌다 나누는 대화는 가치관이나 세대간의 차이가 커서인지 줄곧 말다툼으로 변하고 그 사실을 잘 아는 둘이는 범이 사자를 피하듯 늘 비켜가며 대화를 멀리하고 살아왔지요.
고등학교때 집단폭행에 연루된 사건이 생겨 처음으로 아들의 학교를 방문하여 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서 녀석이 자기 엄마한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오늘 아빠가 학교와서 혼내키면 학교 그만두고 가출하려 했어요!”

그래도 피붙이라고  논산훈련소에서 빡빡머리위로 손을 흔들며 연병장을 떠나 시야에서 사라질 때는 목구멍이 뜨거워 지며 콧등이 시큰해 오는 걸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이라크를 보내 달라고 조를때 가난한 애비는 솔직히 이런 속물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그래, 거기서 죽을 놈은 여기서도 죽는거야, 내가 남들처럼 어학연수나 해외여행을 보낼 것도 아니고 학비도 벌고(국내 사병봉급의 거의 50배) 해외체험도 하고...”
하지만 결론을 내린 것은 장모님의  한마디였습니다.
“ 아범,그러다 만의 하나라로 사고가 나면 자네가 모든 책임을 질 거야?”
명분없는 전쟁에 아들을 보낼 수 없다는 그럴듯한 말로 타일렀고 녀석은 24개월 불만속에 복무를 마치고 5월18일 전역을 하였습니다.
남자는 군대갔다와야 사람이 된다나요?
전역후 5일만에 아르바이트로 옷가게를 나가게 되었는데 허구헌날 새벽 2시가 넘어 들어오고 어떤 날은 새벽4시경에 떡이 되어 들어와서도 결근없이 출근을 하더군요.
요즘 며칠 심란한 일이 있어 잠을 설치곤 했는데 아들이 없는 빈방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퀴퀴한 냄새며 어수선하게 벗어제킨 청바지등 무질서 한 방-

이제 더 큰 세상에서 진짜 배고픔, 외로움, 어려움을 겪고 돌아와 더 큰 나무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7살쯤 되던해에 일찍 한글을 깨우친 내가 기특했던지 큰 누님편에 읍내에 나가 만화책을 사오게 하셨는데(그 만화의 제목이 외로운 별이고 내용이며 그림까지 기억하고 있는 나는 천재가 아닐는지..) 그게 내게 해주신 마지막 호의였습니다.
하지만 40이지나고 쉰을 넘기면서 점점 더 아버지의 그늘이 그립고 보고 싶은데 녀석도 가끔 못난 애비생각을 하려는지....
겨울이 지나고 있습니다. 입춘도 지났으니 어쩌면 이 추위가 지나고 나면 뜨락의 라일락이 꽃눈을 터트리지나 않을까 기다려집니다. 모두 늦추위에 몸조심들 하십시오.

댓글목록

홍종훈님의 댓글

홍종훈 작성일

  동병상련이군요. 아들이 애비맘 알때쯤이면. 편안히 쉬고있을지도 모르죠. 가끔 아들과 소주한잔하면서 추억을 남겨주는것도...세대차이가 난다지만 그래도 자주 마련해보세요. 많이 자랐더라구요.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작년이던가 재작년이던가에 "아버지"라는 글이 한참 떠돌았던 생각이 납니다.저도 두 딸과 막내 겸 장남인 아들이 이제 6년차여서 졸업을 1년 남기고 있는데 핏줄이라선지 자꾸 보고 싶어집니다.물론 큰딸은 결혼해서 외손녀가 두살이고 둘째딸은 빙빙 돌다가 이제 대학을 졸업하는데 어느 녀석 하나 마음에 걸리지 않는 녀석이 없더군요.지들 나름대로는 성실하게 살고 있는데도 애비는 가슴이 덜컹하거나 쓰린 경우도 간혹 있더군요.자식이 뭔지 자꾸 연연하게 되네요.

한미순님의 댓글

한미순 작성일

  진솔한글.....모두 공감 하는 부자시네요  돌아오면 아주 큰나무가 되어 버팀목처럼 커 있으리라 믿어 봅니다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마 지금쯤 벌써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으론 틀림없이 훌륭한 사람 될 것 같습니다. / 김남윤님 이 글 제가 가져 가서 다른 분들에게 좀 읽혀도 되겠습니까?

김남윤님의 댓글

김남윤 작성일

  부족한 글에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밤이 길다 보니 안하던  아들생각이 다 나는군요.

박대철님의 댓글

박대철 작성일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인지상정 이겠지요.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저렇게 해외를 잘 다니는 건강인데 무슨 걱정을 하세염? 우리 목사님이 어느날 설교시간에.... "자기 자식은 아마도 웬지 자꾸 약해보이는 가보다:라고 하시더군요 우리 아주 뚱뚱한 집사님이 어머님을 뵈오러 갔는데... 3킬로나 더 불어난 아들에게 " 네가 좀 여위었구나" 하시더라나여^^*모든 성도님들이 박장대소  ㅎㅎㅎㅎㅎ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정말 대견하시겠습니다. 거기다가 아드님이 꽃미남이네요~아버지의 위치도 아들의 자리도, 쉽진 않겠지요? 더욱 돈독해진 아버지와 아들이 되실 게 틀림 없으므로 기다림이 즐거우실 듯...~행복하새요!!

이향숙님의 댓글

이향숙 작성일

  어쩜 저희집안을 보는 것 같아서 공감하는바 컸습니다...다 자랐으니 저희들 스스로 알아서 잘 하겠지요. 지켜봐주고 기다려 주는 일도 부모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의젓한 모습되어 돌아오리라 기대합니다~^^*

김호규님의 댓글

김호규 작성일

  에궁 울 아들 올해 고등학교 들어 가는데 진로상담에 자신없는 애비라 걱정 됩니다 ㅠㅠ 좋은 이야기 네요 ^^*

한명희님의 댓글

한명희 작성일

  아들이 있어서 좋으시겠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안쓰럽게 생각케하는 것도 자식으로선 불효 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