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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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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윤영 댓글 7건 조회 1,743회 작성일 06-04-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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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들레 - '국화과'
  • PICT2295.jpg '민들레'는 양지쪽 풀밭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민들레는 박토에서도 잘 자라며, 모진 기후 속에서도 잘 자라 요즘은 이른봄부터 가을까지 1년 내내 볼 수 있는 풀입니다. 그래서 민들레는 '억세고 질긴 생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래의 소설 '옥상의 민들레꽃'을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DSCN3315.jpgPICT7200.jpg 아래의 사진들에서 보는 것처럼 예쁜 꽃을 피울 때까지는 꽃줄기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가도 씨앗이 익어 새끼를 멀리 날려보낼 때쯤이면 저렇게 꽃대를 꼿꼿이 세운답니다. 무서운 번식의 본능이지요. 우리가 흔히 보는 노랑민들레는 거의 모두가 '서양민들레'입니다. PICT2287.jpgPICT2289.jpgPICT2292.jpgPICT2298.jpg * 우리의 '흰민들레' DSCN4114.jpgDSCN4121.jpg * '옥상의 민들레꽃'에서 / 박완서 지음(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옴) (앞 내용 생략) 나는 꾸지람을 들은 것보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발표하지 못한 것이 억울하고 슬펐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걸 어른들이 귀담아들어 주었더라면 베란다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는 일을 미리 막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입니다. 학교에도 가기 전이었으니까요. 어느 날 누나와 형이 학교에서 만든 꽃을 한 송이씩 들고 왔습니다. 내일이 어버이날이라나요. 누나와 형은 또 조그만 선물 꾸러미도 마련해 놓고 있었습니다. 내일 아침 꽃과 함께 엄마 아빠께 드릴 거라고 했습니다. 그 날 밤, 나도 꽃을 만들었습니다. 누나가 쓰던 색종이를 오려서 만든 꽃은 보기에는 누나나 형 것만 훨씬 못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성들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신통해하실 것을 믿고 가슴이 잔뜩 부풀어 있었습니다. 선물은 장만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이라 용돈이 없으니까 그걸로 엄마 아빠가 섭섭해할 리는 없었습니다. 어버이날 아침이 됐습니다. 아침상에서 누나가 먼저 선물과 꽃을 아빠 앞에 내어 놓았습니다. 아빠는 누나에게 뽀뽀하고 선물을 끌렀습니다. 넥타이 핀이 나왔습니다. 아빠는 입이 귀에까지 닿게 크게 웃으시면서 그 자리에서 넥타이 핀을 넥타이에 꽂고, 꽃은 양복 깃에 달았습니다. 아빠의 얼굴이 예식장의 신랑처럼 행복해 보였습니다. 다음엔 형이 꽃과 선물을 엄마한테 드렸습니다. 엄마가 형한테 뽀뽀하고 선물을 끌렀습니다. 오색찬란한 브로치가 나왔습니다. 엄마는 좋아하시더니 브로치를 블라우스에 달고, 꽃은 단추 구멍에 끼우셨습니다. 다음은 내 꽃을 드릴 차례입니다. 그러나 형과 누나는 내 차례는 주지도 않고 어버이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 노래를 모르기 때문에 따라 하지 못했습니다. 형과 누나의 노래를 들으며 부끄러워하고 좋아하시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꼭 신랑 신부처럼 고와 보였습니다. 나는 엄마 아빠가 아무쪼록 오래오래 아름답고 젊기를 마음 속으로 바랐습니다. 그런 바람을 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나의 꽃을 엄마와 아빠의 사이에 놓았습니다. '꽃을 두 송이 준비할 걸' 하고 후회도 했습니다만 어느 분이 가져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이 함께 쓰는 물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분께 꽃을 드리고 나자 나는 뽐내고 싶은 마음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더해서 고개를 숙이고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누나와 형은 학교에 갔습니다. 아빠는 꽃을 단 채 출근했습니다. 엄마도 꽃을 단 채 노래를 부르면서 집안일을 했습니다. 나는 놀이터에 나가 놀았습니다. 놀이에 싫증도 나고 배도 고프기도 해 집에 들어와 냉장고를 열려다가 나는 내 꽃을 보았습니다. 내 꽃은 식당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 속에 과일 껍질과 밥 찌꺼기와 함께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때 엄마는 거실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소식을 알게 된 친구로부터 온 전화인가 봅니다. 아이는 몇이나 되나 친구가 물어 본 모양입니다.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습니다. "글쎄 셋이란다. 창피해 죽겠지 뭐니. 우리 동창이나 우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하나 아니면 둘이지 셋씩 낳은 사람은 하나도 없더구나.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단다. 어쩌다 막내를 하나 더 낳아 가지고 이 고생인지, 막내만 아니면 지금쯤 얼마나 홀가분하겠니. 막내만 아니면 남부러울 게 뭐가 있니?"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에겐 나의 가족이 필요한데 나의 가족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건, 나에겐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었습니다. 엄마는 늘 나를 '막내, 우리 귀여운 막내' 하면서 사랑해 주셨기 때문에, 나는 한 번도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사랑은 거짓이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진짜로 사랑했는데 엄마는 나를 거짓으로 사랑했던 것입니다. 나는 말없이 집을 나왔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마침내 옥상까지 올랐습니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까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습니다. 나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없어져 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데, 내가 무슨 재미로 살아가겠습니까? 나는 옥상에서 떨어지기 위해 밤이 되길 기다렸습니다. 낮에 떨어지면 사람들이 금방 보게 되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살려 놓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정말로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밤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밤을 기다리는 동안 춥지도 않았고 배고프지도 않았습니다. 아파트 광장에 차와 사람의 움직임이 멎자 둥근 달이 하늘 한가운데 와서 옥상을 대낮같이 비춰 주었습니다. 마치 세상에 달하고 나하고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때 나는 민들레꽃을 보았습니다. 옥상은 시멘트로 빤빤하게 발라 놓아 흙이라곤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 송이의 민들레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습니다. 봄에 엄마 아빠와 함께 야외로 소풍가서 본 민들레꽃이었습니다. 나는 하도 이상해서 톱니 같은 이파리를 들치고 밑동을 살펴보았습니다. 옥상의 시멘트 바닥이 조금 파인 곳에 한 숟갈도 안 되게 흙이 조금 모여 있었습니다. 그건 어쩌면 흙이 아니라 먼지일지도 모릅니다. 하늘을 날던 먼지가 축축한 날, 몸이 무거워 옥상에 내려앉았다가 비를 맞고 떠내려가면서 그 곳이 움푹하여 모이게 된 것입니다. 그 먼지 중에 민들레 씨앗이 있었나 봅니다. 싹이 나고 잎이 돋고 꽃이 피게 하기에는 너무 적은 흙이어서 잎은 시들시들하고 꽃은 작은 단추만 했습니다. 그러나 흙을 찾아 공중을 날던 수많은 민들레 씨앗 중에서 그래도 뿌리내릴 수 있는 한 줌의 흙을 만난 게 고맙다는 듯이 꽃은 샛노랗게 피어서 달빛 속에서 곱게 웃고 있었습니다. 도시로 부는 바람을 탄 민들레 씨앗들은 모두 시멘트로 포장한 딱딱한 땅을 만나 싹트지 못하고 죽어 버렸으련만 단 하나의 민들레 씨앗은 옹색하나마 흙을 만난 것입니다. 흙이랄 것도 없는 한 줌의 먼지에 허겁지겁 뿌리내리고 눈물겹도록 노랗게 핀 민들레꽃을 보자 나는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고 싶지 않아 하던 것이 큰 잘못같이 생각되었습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 가족이 나를 찾아 헤매다 돌아와서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나를 껴안고 엉엉 울면서 말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구나, 막내야. 만일 너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나도 살아 있지 않으려고 했다." 엄마는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 반가와서 말없이 집을 나간 잘못에 대해선 나무라지도 않았습니다. 나 역시 엄마의 잘못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 일도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러나 그 일을 통해 사람은 언제 살고 싶지 않아지나를 알게 된 것입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없어져 줬으면 할 때 살고 싶지가 않아집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가족들도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살고 싶지 않아 베란다나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 막아 주는 게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어른들은 끝내 나에게 그 말을 할 기회를 안 주었습니다. * (요약 해설) 누구나 그곳에서 살면 행복해질 거라고 부러워하는 궁전아파트의 베란다에서 할머니가 둘씩이나 떨어져 자살한다. 아파트 값이 하락할 것을 두려워하여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협의하는 자리에 막내아들인 '나'는 엄마를 좇아 참석한다. 모두들 한마디씩 의견은 분분하기만 한데 대책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묘안을 알고 있다. 그것은 베란다에 민들레꽃을 심는 것이다. 어느 땐가 '나'도 죽고 싶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지만 민들레꽃을 발견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내려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어린 '나'에게 말할 기회를 끝내 주지 않는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현대인의 물신주의와 이기주의에 대해 비판하며, 인간성 회복을 강조하는 인본주의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위기의 삶에 올바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물질을 추구하는 비인간적 삶의 한계를 한 어린이의 눈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댓글목록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가슴이 찌잉~하고 눈시울이 젖습니다.배제되거나 소외감을 느낄 때 견디기 어렵지요.헌데 대개 사람들은 이 어른들 처럼 자기가 지금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어 귀중한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심사숙고하지 않고 다른 이유로 정당화하거나 자기의 생각의 껍질 속에서 나오려는 생각을 못하고 깨닫지 못하지요.세상은 어디에나 이런 일이 흔전만전하지요.다른 사람의 입장을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소중한 걸 잃지 않을텐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귀찮게 생각하고 자기 생각만 옳은줄 아는 미욱함을 깨우치지 못하지요.뉘라 말할 필요도 없이 모두 나와 너 별로 다를 게 없지요.허나 조그만 차이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다 주지요.노랑이나 흰민들레가 드물긴 하지만 토종이 아직은 보이더군요.

한미순님의 댓글

한미순 작성일

  정선생님 많은 도움을 주시니 넘 감사 드립니다 

이한윤님의 댓글

이한윤 작성일

  너무 좋은 이야기이군요...잘 읽었습니다.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제가 중학생이었을 땐, 교과서에 없는 글 같습니다. 아니면 기억에서 지워졌던지...작은 아이에게 물으니 배웠다고 하네요. 세상이 변했다고 말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변한 것은 아닐까요...?/ 맨 위의 사진이 인상적입니다.

신흥균님의 댓글

신흥균 작성일

  몇번을 읽어보게 해줍니다...읽을 수록 너무 예쁘고..가슴이 찡합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

  어린 아이가 민들레에게서 너무 큰 것을 배우는군요.

미 섭님의 댓글

미 섭 작성일

  우리의 희 ㄴ민들레는 판화작품의 구성미가 느껴집니다요^^* ..맨 웃칸 민들레 홀씨를 후훗훗 불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