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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야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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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이재 댓글 8건 조회 1,765회 작성일 06-07-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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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란이 지나간 자리에 어둠이 펼쳐지자 수말스러운 평온이 닻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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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투명한 차창 너머로 인도를 응시하다가 문득 우직하게 느껴지는 가로수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혹독한 시련으로부터 겨울강을 막 건너 아지랑이가 대지에 뜨거운 입맞춤을 해대며
밀어를 속삭이던 지난 봄날, 새로운 잎들을 저 깊은 뿌리로부터 건져 올리자마자,
요란스런 싸이렌 소리와 함께 뭉퉁뭉퉁 잘려나가던 가지치기가 생각나는가 싶더니,
그 선명한 기억으로 잠시 동안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지축을 흔드는 굉음에 낙우송들의 비명이 묻혔으나, 원망은 커녕 미움조차 없는 푸르른 이파리들을
하늘 가득히 수놓아 바람이 몰려다니는 결따라 현란한 춤을 추었다가 곧 자즈러지기도 하고,
다시 그 율동이 강렬해지기도 합니다.
꼭 행인들의 입성을 보지 않더라도 여름 복판이 분명한데 오늘 만큼은 더운 줄을 모르겠습니다.
분노로 폭발할 것 같은 '에위니아'도 미약?한 흔들림을 보이면서 동해 바다를 향해 질주한다는데
이렇게 물러가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요...?

위대한 자연은 풍요로움과 안락을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인간에게 선물했음에도,
때론, 성난 사자와 같은 혹독한 시련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신이 생각하는 특권을 주셨던 것은 혹...함께 살 수 있는 지혜를 깨닫게 하려는 깊은 뜻은 아니었을까요?

도로가 유실되고 도심의 지하수가 넘쳐 맨홀이 역류하는 것은 물의 흐름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어느 지식인의 멘트를 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시골의 농수로는 물론이고 작은 개울에도 석축을 쌓고 시멘트로 단단하게 덧발라 물길을 고정시켜
졸졸거리며 흐르던 자연의 물소리를 이젠, 도랑에서조차 듣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것에까지 우린 너무 편안함만 추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연히 '철수생각'이라는 이야기 한 토막을 들었습니다.
'행복하기 보다는 사랑하길 원하라'네요.
행복이란 남의 불행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만족도에 의한 것이므로 이기적이라구요.
그러나 사랑은...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내 가슴도 미어지는 것이고,
잘못되거나 힘들 때면 나도 함께 목까지 차오르는 설움을 알게되는 것이니
사랑은 함께하는 것이며 나눌 줄 아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구요.

꽃을 심는 까닭은 환한 꽃길을 열기 위함이고, 나무를 키워 숲을 만드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함이며
또한, 후손들에게 유일하게 남길 재산이 되므로 이는 나와 타인, 모두를  위하는 것으로
배려와 나누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니 분명 사랑이 아니냐고 나름대로 결론지어 봅니다.
사랑하므로 행복해 지는 것...
행복은 어쩌면 은연중에 우리가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아름다운 당신,
어여쁜 그대...
당신은 꽃이며 숲입니다.

사랑해요~!!         
**
더하는 말; 어젯밤에 끄적거렸다가  삼경을 넘기고 잠에 쫓겨 그만 고꾸라졌네요.
다시 대충 손봐서 올립니다.
어젠 바람만 요란을 떨더니 오늘은 아예 작정하고 장대비가 내리네요.
장마가 그리 쉽게 물러나 줄 리 없겠지요.
부디, 님들이 계시는 그곳...
비바람으로 피해 입는 일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 손 모아 마음 모아..._()_
 
 

댓글목록

한미순님의 댓글

한미순 작성일

  이곳 진주도 힘든 어제 였네요 많은 피해들이 있었는데.감사하게 저희집은 괜찮네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박철규님의 댓글

박철규 작성일

  사랑하므로 행복해 지는 것...~~~아름다운 글월입니다.사랑하는 당신,꽃이며 숲입니다. 저역시~~~^^ 히이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

  모처럼 가슴속 깊은곳까지 와 닿는 글이네요 내 친구 해준 말중에 자기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게 합니다. 이이재님 글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오늘은 곱에 곱배기로 배우고 갑니다.

임영희님의 댓글

임영희 작성일

  감동! 부럽부럽~`~^^&^^

신흥균님의 댓글

신흥균 작성일

  사랑과 행복을 기다릴 줄 모르고 걍 눈앞의 편안함에 눈들이 먼 세상이 참 우습습니다..."글이 참~ 이쁘구나"하며 읽다보니 문득 슬픔이 다가옵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나는 오늘도 우체국 창가에서 너에게 편지를 쓰노라/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이금선님의 댓글

이금선 작성일

  항상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김진옥님의 댓글

김진옥 작성일

  청마 시인의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청마시인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그 절규가 들리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