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에 앉은 아침 안개도 무거운듯 힘없이 무너지는 가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한윤 댓글 6건 조회 1,184회 작성일 06-10-18 22:15본문
운동장 가에
은행나무 세 그루가 삽니다.
가운데 늠름한 것이 암그루,
옆에 다소곳한 두 그루는 수그루입니다.
해마다 이맘 때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하고
은행잎은 힘없이
차가운 벤치에 먼저 앉으려는듯
후두둑 후두둑
바람을 탑니다.
오랜 기억을 더듬는
졸업생이 혹시 찾아와
우두커니 앉아 추억을 그려낼지도 모르는데
지가 더 선배인양 떡허니 자리를 잡습니다.
부지런한 빗자루
몇 번 훓고 지나면
흔적없이 사라질 테지만
어제 제 밑에서 수다 떨던 아이들 흉내내며
바람이랑 한가로이 노는 모습이
이렇게 안개까지 낀 가을 아침엔
한없이 부럽습니다.
댓글목록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은행이 물들었군요.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낙엽인들 잎이 아니랴 쓸어 무삼 하리오.....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그 벤취에 저도 앉아 보고 싶습니다.
김세견님의 댓글
김세견 작성일저 벤치에 앉아 하모니카나 시륵시륵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백해무익, 비계덩어리 떨궈내기 위해 한 바퀴 운동장을 돌고 헐떡이는 숨 고르며 잠시 빈 자리에 앉았었던 어느 날처럼, 이번 가을엔 사색으로 깊어진 은행잎 노랗게 물든 저 벤취에 앉아 삶의 집착으로 무거운 짐 하나 내려놓는 느긋함으로 한껏 가벼운 여유를 즐겨보고 싶습니다.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분위기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