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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에 앉은 아침 안개도 무거운듯 힘없이 무너지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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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한윤 댓글 6건 조회 1,178회 작성일 06-10-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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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을 보고
운동장 가에
은행나무 세 그루가 삽니다.
가운데 늠름한 것이 암그루,
옆에 다소곳한 두 그루는 수그루입니다.
해마다 이맘 때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하고
은행잎은 힘없이
차가운 벤치에 먼저 앉으려는듯
후두둑 후두둑
바람을 탑니다.
오랜 기억을 더듬는
졸업생이 혹시 찾아와
우두커니 앉아 추억을 그려낼지도  모르는데
지가 더 선배인양 떡허니 자리를 잡습니다.
부지런한 빗자루
몇 번 훓고 지나면
흔적없이 사라질 테지만
어제 제 밑에서 수다 떨던 아이들 흉내내며
바람이랑 한가로이 노는 모습이
이렇게 안개까지 낀 가을 아침엔
한없이 부럽습니다.

댓글목록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은행이 물들었군요.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낙엽인들 잎이 아니랴 쓸어 무삼 하리오.....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

  그 벤취에 저도 앉아 보고 싶습니다.

김세견님의 댓글

김세견 작성일

  저 벤치에 앉아 하모니카나 시륵시륵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백해무익, 비계덩어리 떨궈내기 위해 한 바퀴 운동장을 돌고 헐떡이는 숨 고르며 잠시 빈 자리에 앉았었던 어느 날처럼, 이번 가을엔 사색으로 깊어진 은행잎 노랗게 물든 저  벤취에 앉아 삶의 집착으로 무거운 짐 하나 내려놓는 느긋함으로 한껏 가벼운 여유를 즐겨보고 싶습니다.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

  분위기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