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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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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이재 댓글 5건 조회 1,530회 작성일 07-04-0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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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아버지께서 꽃을 무척 좋아하신다.
내 손에 오면 타고난 게으름으로 식물들이 살아가기에 폭폭한 환경이 되므로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아버지께 갖다 드린다.
작년에 새우란 몇 개체를 선물받아 아버지께 드렸다.
일찍 얻어드린 덕에 한 개체에서 꽃피운 걸 볼 수 있었다.
다음 해를 기약하며 기다린지 꼬박 일 년,
자주 들락거리면서 갖가지 꽃들을 구경하지만 특히 내 손을 거쳐 잘 살고 있는 녀석들을 
보노라면 그 감회가 남다르곤 했다.
게발선인장이 주렁주렁 줄기끝에 매달려 화려한 빛을 뽐내던 게 얼마지 않은데
보춘화며 크로커스, 이름 모르는 녀석들까지...
헌데 지난 일요일, 가족들과의 외출이 약속되어 아버지 댁으로 갔는데 왠걸!!
새우란이 화분을 가득 메우며 어여쁜 꽃을 피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나~~~!! 이삔 것들!!!ㅎㅎ~
올해 꽃을 보고난 후엔 분갈이도 해줘야할 것 같다.
제법 큰 화분에 심었는데도 사랑을 키워 몇 개체 애기들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만 있을 수 없지. 자랑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차 안을 뒤져 카메라를 찾았는데
얼라..? 어디다 뒀는지 없는 거다.
잉~ 어렵게 얻은 낮시간인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터라 다음을 기약하고 교외로 나섰다.
월요일...출근해서 사물함을 뒤지니 얌전하게 놓인 카메라가 방긋~웃는다.ㅋㅋ~
퇴근과 동시에 득달같이 달려 친정으로 쌩~~~
이미 해가 진 뒤다. 별 수 없이 후레쉬를 켜고 찍으려는데 앗뿔싸!!
밧데리가 없다!!! 정말 오-마이 갓이다.

투덜투덜 집으로 돌아와 밤 새 충전을 시켜 준비 완료.
월요일보다는 한가해 30분 일찍 당겨 퇴근을 했다.
다시 친정으로 급하게 들이닥쳐 현관으로 들어서니 
아버지께선 문을 열어주시곤 베란다로 나가 화분을 들고 거실로 오신다. 헤헤~
방바닥에 놓고 찰칵, 찰칵, 소리도 경쾌하게 셔터를 막 누르는데 갑자기 액정에 메시지가 뜬다.
카드를 포맷하라는!! '아이고~~~미쵸요! 어딜 누른겨??'
노우를 선택했음에도 계속 되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카드 포맷.
찍은 메모리뿐 아니라 전에 찍어둔 것도 다 지워지고 날은 어두워 이미 밤이고...
포기하고 돌아서는 발길...딱 돌겠다!! 끙~

다음날, 포맷된 플래쉬 카드를 넣고 다시 도전.
두어 컷 찍었나? 헌데 또 뭘 잘못했을까?? 
'이 카드는 잘못 되었습니다.'란 메세지가 액정에 뜬다.
쓸수 없게 되었단다. 그런 메시지가 뜰 때는 카드를 쓸수 없으므로 
플래쉬 카드를 회사로 보내야 한다는 설명서...

며칠을 별러 얻은 사진은 그나마도 촛점조차 안 맞는 것 달랑 한 장...
'무엇이 잘못 되었지?'
기계치에 대한 벌을 톡톡히 받는 한 주다.

누군가로부터 소식을 간절하게 기다리는데 연락없던 한 주...
무엇이 잘못 되었던 것일까...?
신뢰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내 믿음에 대한 반의...

급히 서둘렀던 성급함을 지긋이 눌러본다.
조금 더 차분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지혜가 이번 주엔 필요했나 보다.
시간이 항상 약이 될 수는 없지만, 거스른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지 싶다.
소원해지지 않게 사람이나 물건이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게 
조금 더 따스한 관심과 사랑으로 배려를 해야겠다.
필요할 때 곁에서 힘이 될 수 있도록.

댓글목록

이향숙님의 댓글

이향숙 작성일

  ㅋㅋ~누구나 그런경험 한번쯤은~~한여름 더위 끙끙거리며 물건들고 걸어들어와 엘리베이터 입구1층에서 누르려는 순간 화살표가 위로~~슝~~!! 20층까지 올라가는것도 부족해 층마다 서며 내려올때~~~윽~~죽음이죠~^^*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허 ㅎㅎ.....머피의 법칙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요상시럽게시리 변덕을 부리거나 주의를 덜 집중시킨 탓으로 오는 심리적인 것이겠지요.늘상 급하면 기다리는 시간은 몇 배로 길고 기다리는 시간은 순간이 여삼추가 아니던가요? 미움은 짙을수록 길어만지고 털어내려면 더 들러붙는 심술을 부리는 게 일상이 아니던가요.그저 세월은 좋은 치료제가 되어주고  一切唯心造라 했으니 마음을 잘 다스리면 즐겁고 평온한 날들이 오겠지요.혹시나 해도 늘 역시나였던 기억들도 함께 떠오르게 해주네요.이재님은 속상해 죽겠는데 나는 왜 이 글을 재미있게 읽을까 !! 그도 또한 머피의 법칙? 덕분에 친정엔 줄창나게 다닐 수 있는 행운을 얻었으니 복받을껴 !! ㅋㅋㅋ.....

송정섭님의 댓글

송정섭 작성일

  크으... 나같음 정호씨 부르겠다~! 요. ^^

한미순님의 댓글

한미순 작성일

  증말.......끄응.......ㅎㅎ 음악과 넘 대조적입니다  오 거룩한바암~~~!

구대회님의 댓글

구대회 작성일

  왜 그렇게 카메라가 말썽꾸러기 일까? 예전에 한번은 컴이 문제가 된 것 같았는데...그래도 얻은 한장의 사진이 상황을 상상케 하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