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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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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훈 댓글 8건 조회 1,246회 작성일 07-04-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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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전  어머님께서 아침부터 분주하시다.
어머님께서 끼고게신 아래쪽 틀니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녀오신 곳은 화장실 밖에 없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어머님께서 주무시던 침구를 모두 거실로 들어내고 방을 구석구석 찿아 보았다. 주무시다가 어리맡에 빠지면 다시 입안에 넣고 했는데 없어졌단다. 화장실도 세면기 세탁기밑을 모두 찿아도 없다.
들어갈 곳은 아침에 변기에 요강을 비우면서 빠뜨리고 물을 내려버린 것이라고 추정하고 틀니찿기 소동은 일단 끝을 맺었다.

치과에 가시자니 절대로 안 가신단다. 며칠이나 쓴다고 다시 돈을 들이느냐며 막무가내다. 대림동누님께 연락해서 이동치과하는 분과 전화를 통했다. 11시경에 오기로 약속을 하고 나는 양평농장에 처남과 함께 일을 나갔다. 아침부터 서두르느라 핸드폰을 두고나가 하루종일 궁금했다.

저녁에 돌아오니 치과선생님이 오셨다가 그냥 가셨단다. 왜 그냥 보냈느냐고 어머님께 물으니 얼마나 산다고 귀찮게 다시 이를 하느냐는 것이다. 그냥 잘 먹을 수 있다고 다시 치과 이야기 꺼내지도 말라고 하신다. 삶은 고기를 잘게 떼어 드리니 잘 드신다.
그래도 걱정거리가 한가지 늘었다. 며칠 지내보다가 다시 틀니를 해드리기로 마음을 먹고 우선 휴전에 들어갔다.

어제는 음력 3월 2일 아버님 기일이다.양평과 이천농장을 돌아 오후 5시경에 집에오니 큰며느리가 손자들을 데리고 와서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다.6시가 넘자  지난 2월에 시집온둘째며느리도 직장에서 돌아와 둘이 제사준비를 하는 것을 보니 흐믓하고 이것이 행복이란 느낌이 든다.

8시가 되자 막내여동생이 제사용 쌀을 가지고와 식탁에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한 뒤에 어머님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있다가 틀니를 찿았다고 소란이다. 어머님이 주무시고 치아가 빠지던 자리(담요위)에서 찿은 것이다. 이런 귀신이 곡할노릇이 있단 말인가?  이불과 요를 모두 거실로 가지고 와서 털고확인을 한 뒤에 깔아드렸는데. 어떻게 그곳에 있는 것을 못보았단말인가?

치아를 찿아서 반갑기 그지 없고 어머님께서 치과의사를 돌려보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그곳에 놓인 치아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를 않는다.
내가 틀니를 찿던과정을 재연하고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베개'가 생각났다. 바로 베개다. 주무시다 빠진 틀니는 베개커버에 떨어졌고 기상시 베개깃을 들면서 치아는 안쪽으로 들어갔으며 아무도 베개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틀니는 첫날은 베개속에서 보내고 다음날 베개를 들때 그자리에 떨어진 것이다. 치아를 떨어뜨리고 베개를 들고를 재연하면서 모든 궁금증은 해결이 되었다.

아버님 제사는동생네 신혼부부 사당동 사촌내외까지 와서 20명이 좁은 마루에 모여 1.2차로 절을 하며 고인을 추모하는 화목한 행사가 되었다. 큰며느리 작은며느리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다.
 

댓글목록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

  핸드폰 잃어버려서 몇일을 찾아 헤맨 제가 생각납니다. 카메라도 두고 와서 겨우 찾았는데 요즘 정신이 없는것 같아요 가족이 함께 하니 좋겠어요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흐뭇하고 행복하고...작은 소란들이 끊이지 않지만 그것이 사람 사는 맛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르신 치아를 찾아 다행이구요. 우리도 머잖은 일인 것을 때론 잊으며, 혹은 거부하며 가끔은 설마를 되뇌이기도 합니다. 건강 잘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임영희님의 댓글

임영희 작성일

  ㅎㅎ어른들의 고집이 때에 따라 필요한 거군요.^^풋풋한 행복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혼자서 빙그레 웃으며 읽었습니다. 다복하시군요.

이훈님의 댓글

이훈 작성일

  감사합니다. 재미도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니..

한미순님의 댓글

한미순 작성일

  얼마전에 거금의 틀니를 잃어버리신 어르신  티브이 방영된적이 있는데 ...화장실에서 수채구멍에 들어가서 119를 불러 찾아 내던모습이 ....생각나네요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허 ㅎㅎ.....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조근조근 글로 쓰신 마음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네요.

이향숙님의 댓글

이향숙 작성일

  어머니의 틀니에 대한 기억으로 한바탕 웃습니다~저도 어머니의 틀니 때문에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