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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도 조아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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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이재 댓글 11건 조회 1,524회 작성일 07-06-0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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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입니다.
週初답지 않게 좀 한가하게 보내다가 갑자기 일거리가 많아져 바쁘게 돌아치는데,
드드드드~~진동으로 메뉴얼한 핸드폰이 엉덩이를 치받데요.
'아, 바쁜디...'하고선 '이따 봐야지,' 속으로 생각하며 하던 일을 계속 했습니다.

2분 간격으로 울리게 해둔 기계인지라 주인 마음도 몰라주고 글쎄, 
깜박 잊을라치면 다시 얇은 옷을 뚫고 부드러운 살갗을 건드리곤 하는 겁니다.
'우~띠!! 미련한 기계!!'
할 수 없이 하던 일손을 멈추고 바지 뒷호주머니에서 멍텅구리 기계를 꺼내보니
낯선 번호에 뜻모를 메세지가 촤르륵 펼쳐지더군요.

「 형! 빨리 와, 나 혼자 뭘 어째야 할 지 몰겠단말여. 안즉 병실로 안 옮기고 응급실이여!!」
(내리 붙여쓰기 한 것을 제가 임의로 띄어쓰기 함을 밝힙니다.)
'헉~!! 응급실?? ' 그냥, 자꾸 드드~~대는 게 싫어서 열었다 닫으려고만 했는데 이건 뭔??
씹을 새도 없고, 그냥 꿀꺽 삼킬 일도 아닌 듯한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그보다는 언능 수신자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 비스므리한 것까지 느꼈지요.

잽싸게 엄지 손가락을 놀려 답신을 적었습니다.
'메세지 수신이 잘못되었습니다. 다시 확인하세요. 누구신지 모르겠으나 빠른 쾌유를 빌며...'
휙~

얼마간 마음이 좀 심란스럽더니 그것도 남의 일인지라 곧 잊고 말았는데,
오늘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모르는 번호는 평소보다 더 상냥하게 받습니다.ㅋㅋ~
"아,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메세지 잘못 보냈던 사람입니다."
"네??"-- '먼 뚱딴지여??' 
구내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성들과 마주앉아 차를 마시다가 갑자기 뜨아해진 내 표정을  
지켜보던 성들, 순식간에 시선 집쭝!!ㅎ~
"당황해서 번호 확인 못 하고 메세지 보냈는데 답신 주셔서 고마웠습니다."로 시작해서
어쩌고 저쩌고..." 아하~!! 그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ㅎ

급한 마음으로 환자의 아들인 친구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지방에 가 있어 상경하는데 시간이
걸리겠는지라, 아는 형에게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음성 메세질 남기고, 또 불안한 마음에
곤얀히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답답해서 다시 메세지 남기다는 게 내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노라고...모르는 사람에게 답신도 보내주고 걱정해 주어서 고맙다고...

"환자분은 괜찮으신가요?" -그냥 지나가는 인사로다~ ㅎ
"네에~좋아지셔서 바로 퇴원했습니다."
" 다행이네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당연한 일에 따로 전화까지 할 필요는 없는 일인디요...?"
"아- 이것이 곧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누가 아나요?"
'오 마이 가-앗!! 갈수록 산이네??'
"먼 인연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드만요.
"목소릴 들으니 젊으신데 혹시 앤 있으세요?" (낄낄☜ 이건 음흉한 내 웃음)
내 나이 낼 모레면 쉰인데 이게 대낮에 꾸는 뭔 꿈이여??
곧 며느리 볼 아들이 있다는 걸 안다면 이 젊은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래도 내심 므흣~~~ㅎㅎ

그러나!!
일일이 설명해야 함도 귀찮고 혹시라도 다시 전화오는? 것도 귀찮고...
"아, 네에~ 여자라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오월의 신부가 되어서 지지난 주 신혼여행을 다녀와 
시방 깨를 일곱 가마 일곱 말 일곱 되 일곱 홉을 수확중이거든요. 그래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ㅍㅎㅎ~
커피 마시다가 뒤집어지는 일터 식구들~~!!
깔깔~까르르르르~켁켁!! 사래들려 기침까지.

아우햐~!! 오랜만에 고개 치켜들고 실컷 웃어봤습니다.
말(言)로만 가는 시집, 지금까지 몇 번이나 될까요??

댓글목록

이향숙님의 댓글

이향숙 작성일

  이재님 댓글만 재미있는 줄 알았드만~일상의 모습은 더 꼬스름 하신듯 싶네요~주변분들 덕분에 젊어 지시겠어요~^^*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물실호기라는 말쌈을 모를 이재님은 아닐테니  늘상 몸보다 머리가 늦는(?  이리 글을 쫀득거리게 쓰니 그럴 리가 없으니까 이런 역설적인 농담이 말이 되겠지요?)사람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절호의 기회를 잃어버리고도 잃어버린줄도 모른다고 허더라고요.기회는 뒤통수가 대머리여서 지나가면 다시는 잡히지 않는다 했거늘 !! 후회할 때는 이미 늦습니다요,이재님.ㅋㅋㅋ.....그나저나 요절복통하게 맹근 죄로다가 수확한 깨는 쬐매 보내주면 살림에 보탬이 될랑가 모르겄네~ㅇ !! 허 ㅎㅎ.....ㅋㅋㅋㅋㅋ.....

이상민님의 댓글

이상민 작성일

  재밌네요.^^;;, 이이재님의 해학의 미가 더욱 재미를 더합니다. 저도 제가 헨드폰을 처음 만든 99년 부터 계속되는 헛전화가 있어요, 99년엔 김하경 대리를 찾다가 2년 지나 김하경 차장을 찾더니 최근에는 김하경 부장을 찾더군요. "그 사람 대단한 사람이다." 하고 느낍니다. 고속 출세를 했나 봅니다. 부러워 지기도 하고.. 최소 100통 이상의 전화를 받았어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전화와 멧세지.. 이제는 그사람의 직업도 대충 알고 있어요..(재밌죠?^^) 그사람은 저와 국번만 약간 다르답니다.^^  6~7년 전부턴 제가 잘못 걸려온 전화와 메시지에 아주 친절히 대해 주고 있답니다.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ㅋㅋㅋ 햐~ 별일도 세상엔 많네요.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평소 글을 잘 쓰시는 이유가 있었군요. 삶의 여유와 유머가 보기 좋습니다.

박대철님의 댓글

박대철 작성일

  탄탄한 글솜씨가 항상 돋보이는 이재님, 앞으로 많은 글 기대합니다.

주경숙님의 댓글

주경숙 작성일

  ㅎㅎㅎ 깨 많이 수확하셨네요~  좋은느낌의 글  즐거웠습니다..

이영태님의 댓글

이영태 작성일

  실실 미소짓게 하는군요.유쾌하고 즐거운 인생입니다~

한미순님의 댓글

한미순 작성일

  이재님 존경합니다 ^^

윤종민님의 댓글

윤종민 작성일

  여유와 해학...넘치십니다... 어디 월간지에 몰려도 될듯, 행복하십시요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이궁~!! 넘치게 주시면 감당하기 힘들어요!! 격려와 칭찬, 그리고 님들의 사랑에 감읍합니다. 가진 재주라곤 없어 삶 자체가 빈한입니다. 감출 게 많다보니 말도 많아지고 불쑥불쑥 도드라지다 못해 튀곤 하나봅니다. 그러한 것들까지 감싸주셔서 고맙고 가슴이 벅찹니다. 입은 째지는데 눈가는 이미 촉촉히 젖어드네요~~!! 님들로 인해 오늘도 감동받고 행복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