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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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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live 댓글 3건 조회 1,943회 작성일 03-10-1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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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숨을 토했다

입술은 이미 까끌하니 터져 피 맺혔고
내가 토해내는 마른 숨들은
공간 가득, 허공 가득 몽글몽글 흰 목화송이처럼 벙그러 터져나고
나는 흰 목화송이 같이 들어찬 하얀 구름 위에 희디희게 얹혀졌다가
빙그르르 일순간에 깜깜한 추락을 했다


광은 아주 깜깜했다
짚받침 위에 얹혀진 커다란 독들이 무수하고
광바닥의 땅, 항아리나 시루 밭침의 오랜 마른 나무도 묵은 나무내가 밴
쾨쾨한 내음과 이런저런 특유의 내음이 섞여 미묘한 특징을 이룬 광의 내음
훅 끼쳐오는 각각의 독들이 하나의 냄새로 다가오던
그 기억의 느낌으로 장독이 숨을 쉰다는 걸 다 커서야 알게 되었다
환풍구가 있는 높이께 광의 시렁에는 또 늘 좋은 냄새가 있었다
아니 그것은 냄새가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맛난 것들의 존재성이었다
커다란 대바구니, 큰 소쿠리,여러 개의 기름종이나 한지함 가득가득
수북수북 담긴 산자, 꿀이 묻어있는 과즐, 과편, 뽀오얀 고물 듬뿍 발라 담아놓은 흰엿가락
흑임자,송홧가루,노란콩,쌀..각각 색색의 다식이나 육포 갈무리, 마른 문어, 쓰루미 묶음
여러 개의 조청단지나 꿀단지들
이런저런 것들이 계절마다 각각 얹혀져 있는 장소였다

울컥 구토처럼 깜깜한 어지러움을 토해내자
희미하게 눈의 안압이 제자리를 찾고
나는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쇼파에 누워있음을 인식했다
마른숨 내 뱉은 뒤라 찬물 한모금을 갈구하며
나는 천개의의 손 겹쳐가며 생수병을 들어 천개의 컵에 물을 천번을 따른다
천개의 컵에 천번씩 담기는 건 푸른 안개다
나는 천개의 손 겹쳐가며 푸른 안개를 마시고 마시고 마시지만 갈증은 가셔지지 않는다
컵 옆에는 해열제 두 알이 놓여져 있는데 컵의 안개로는 해열제를 삼키지 못한다
해열제는 나와 함께 푸른안개속에 놓여져 있다







마른 숨을 토한다

검게 갈라진 입술 사이로 흰 목화송이 터져나고
나는 구름 위에 누워있다
....

ㅡ (어떤분이 감기 앓으시니 .. 지난날 추석즈음 제가 [감기 앓던 일기]^^  입니다
물론 애(?)들 감기 앓기는 하루이틀 지나면 또 깜쪽 같이 다 낫습니다^^ )ㅡ

(집토끼
사실 오늘은 다아 나았다
아픈건 어제 그제 즈음이었고 깨어나니 햇빛이 밝다
깡총깡총 깜쪽같이 다아 나았다

그러나 한 계절의 결계를 지나는 일은
호된 태풍지난 자리처럼
늘 가슴을 쑥 뽑을듯 들썩였던 후유증으로 창백하게 아프다

나는 김치가 익기전의 쓴맛처럼
술이 발효되느라 들끓는 소리처럼
늘 그렇게 계절의 결계를 지나는 일이 쓰디쓰고 힘들기만하다..

나에겐 아마 겨울이 주어지지 않을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이곳에서의 가을인것이다
이때즈음 수수목을 낫으로 툭툭베어다 밥짓는 가마솥에 살짝 얹어 쪄내
소슬한 밤하늘 별을 보면서 하나하나의 별을 까먹듯 올올이 까먹거나
풋콩을 줄기째 잘라 콩잎 훝어낸 풋콩깍지를 쪄
일식집의 스키다시처럼 풋콩을 까먹어야 하는데..하면서
한낮에 삶은 문어를 썰고 정종을 한 고푸 차게 마셨다
아마 비오는 날이라거나 소슬한 밤이었다면 데운 정종을 한잔 마셨을것이다)

올게심니는 이제 아무도, 어느집도 하지 않을런지 모른다
그래도 햇곡식으로 송편을 빛어찌고 쫀득하게 송편이 솔즈음 토란국이 끓고
지친 호두나뭇잎 사이로 푸른 호두 쩍쩍 금이가고
툭툭 밤 떨어지는 소리 뒷곁에 들리기 시작할것이고
타는 빛깔의 맨드라미 반들반들 아주아주 작은깨알처럼 검게 여믈어가고
늘, 나는 해마다 먼곳의 그리움에게
그리움으로 타는 맨드라미 꽃빛 속에 알알이 박힌 검은 깨알같은 연서를 빼곡히 적어 보내고 싶었다

이제 서켠창가 햇살이 따겁다
난 눈을 즈려 햇빛을 본다
아직 하늘의 태양은
-둥그맣게 커져서 불타는 다비드식을 치른 후 내 마음의 갠지스강으로 흐르기까지-
그 장엄한 일몰의 시간까지는 두뼘의 거리쯤에 있고
두뼘의 시간이 흐른뒤에는 나는 순장하듯 죽음에 이르러 천공의 루트가 되곤한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직시하여 대면하고
나의 영역의 온갖 구름과 구름빛깔과 하늘빛을 본다
이윽고 어둬진 저녁과 밤과 새벽의 하늘, 하늘빛을 지켜본다
허공을 나는 어둔새, 새를 태운 바람의 기류, 홀로 힘겹게 빛나는 먼 별빛의 갸날픈 호소,
달무리진 달의 언저리, 밤의 쪽배 저어오는 별자리의 존재들,
지상에서 피워올리는 검은 수목들의 염원 그 흔들림을 나는 본다

댓글목록

이영주님의 댓글

이영주 작성일

  마치 도인이 되는것 같으네요,,

매천님의 댓글

매천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환타지처럼요 ... 환절기마다 기침으로 고생한적이 있습니다. 기관지가너무예민하여 다시말하면 면역이 덜되어있어서 공기가조금만혼탁해도 기침이나곤했습니다. 일상생활이 곤란할정도루요 몇해전엔가 녹십자?에서나온 브롱코박솜이란약을먹었습니다.몇달동안요 그후론 좋아졌습니다. 10월초순에 독감예방접종은 당연히하구요 토욜입니다. 모든님 건강하시길....오늘따라 행여요령소리가 길게 와닿습니다.안개도 가기가 아쉬운지 아직마당을 맴돌구요....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도인은 아니구요.. 열이 높아 정신이 혼미해져서 화장실을 가면서도 휘청휘청 구름위를 걷는듯.. 쇼파에 얼결에 주질러 누워 비몽사몽 물을 마셔야지..해열제를 먹어야지 끝없이 생각인지 꿈인지 비몽사몽 뭐 그런 상태요../ 저는 혜화동에서 과천에만 도착해도 바뀐 공기에 콧물이 나고요... 비염 같습니다..어떤 약을 일주일 지속적으로 복용했더니 이뇨작용이 안되더군요 부작용, 약을 끊었더니 소변으로 거의 삼킬로나 줄어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