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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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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은주 댓글 13건 조회 1,509회 작성일 03-10-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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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한 장 남겨 놓고서야 올해가 다 가고 있구나 생각이 듭니다.
깨알처럼 그 많던 날들이 다 지나간 지금 그 날들이 남긴 일들이 뭘까 생각해 보나 또렷이 기억나고 흔적이 남는 것은 없구료. 다만 한 가지 '당신이 열심히 살아 주었구나' 하는 생각 뿐입니다.
늘 건강하길 바랍니다. 김은주 화이팅!

제목= 아내

내 아내는 꽃을 좋아한다.
꽃 중에도 특히 야생화를 좋아해서
야생화를 사다 많이 심었다.
아내는 야생화를 화분에 심기도 하고
또 화단에도 심는다.
그리고
꽃이 피면 마루 앞 베란다에 갖다 놓았다가
꽃이 지면 화단에 옮겨 심는다.
화단에 있는 꽃도 꽃이 필 때가 되면
다시 화분에 옮겨 잘 볼 수 있는 곳에 놓고
아내는 몹시 즐거워한다.

내 아내의 아침은 무척 바쁘다.
물조리에 물을 담아 화분을 찾아다니고
마당을 쓸고 계단을 닦는다.
아직 자고 있는 작은아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고
내가 출근을 하면
욕탕에 쌓여 있던 산더미같은 빨래와 씨름을 한다.
세탁기로 돌릴 빨래는 세탁기에 넣고
손빨래 감은 손으로 빨고 그러고나면
창문을 활짝 밀어 제치고
집안 구석구석까지 청소를 한다.
그때쯤되면
밤새 모였던 기운이
바닥을 드러내며 힘이 쪽 빠져 버린다.

프라스틱 양푼에 더운 물을 받아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거울 앞에 앉아 뽀송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화장을 하고 그리고
마루에 앉아 숨을 돌리며 커피를 마신다.
비로소 베란다의 꽃들이
기지개를 켜며 다가온다.
마루에는 꽃향기 가득 넘친다.

일요일이면
낮은 산을 찾아 야외로 나간다.
오랜만에 맛보는 신선한 바람을 쏘이며
야생화를 찾아 산을 오르내린다.
바위 틈바구니 험한 자리에
돋아 있는 꽃을 찾아내고서
똥그레진 눈으로 '어머나 어머나'하는
아내는
작고 볼품없는 꽃가지에서도
기쁨을 찾아내고서 행복해 한다.

내 아내의
삶 속에 흘러간 한 세대를 이룩한 세월은
속됨이 없는
후회함이 없는
부끄러움이 없는
단아한 삶이었다

                                            2001 12 06

댓글목록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

  제가 꿈꾸는 아내인듯 한데요 ....

김은주님의 댓글

김은주 작성일

  정호님은 미혼? 여자란 두 부류가 있지요. 결혼하고도 자기의 일을 갖고 병행하는 사람과 저처럼 전업주부...2년전 남편이 저에게 보낸 메일입니다.

홍사진님의 댓글

홍사진 작성일

  아름답습니다. 두분의 생각과 생활이 아름답습니다. 산속에서 오붓하게 사시는 선남선녀같네요. 은주님 부군께 "화이팅"

송정섭님의 댓글

송정섭 작성일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자랑하고 싶은 부군이시군요~

지길영님의 댓글

지길영 작성일

  동영상을 보듯 아내의 하루 생활을 꾸밈없이 표현하신 부군되시는 분의 글앞에서 딱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지 않습니다. 사랑한 나머지 완전 일심동체 부부의 깊은 정이 절절해 가슴이 뿌듯해 옵니다. 앞으로도 두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이 충만하시길 기구드립니다.~^^*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독수리 오형제.. 은곡님 화이팅~~~ !

홍은화님의 댓글

홍은화 작성일

  아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시는 부군이시네요. 다정합니다. ^^*

김정림님의 댓글

김정림 작성일

  두분의 사랑이 그대로 가슴뚜듯이 다가옵니다.정말 행복한 분이구려..늘 행복하소서.......

조경자님의 댓글

조경자 작성일

  은주님은. 아직도 신혼을 보내 시는군요.더욱 행복 하시기를...

김은주님의 댓글

김은주 작성일

  어제는 메일 열어보다 지난 글이 있기에 올렸는데... 부끄럽지만 잘 살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남상필님의 댓글

남상필 작성일

  구구절절 사랑이 넘치는군요.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부끄럽다니 뭐가요? 너무 사랑받아서 너무너무 행복해서 미안해서요? ㅎㅎㅎ.....너무나란 행복이나 사랑은 없지요.다다익선이니까요.

김은주님의 댓글

김은주 작성일

  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