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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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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live 댓글 6건 조회 1,689회 작성일 03-10-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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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바심

눈길 받지 않고도 훌쩍훌쩍 자라난
커다란 오동나무 아래에서

늙수구레한 부부는 콩바심을 한다

도리께, 와릉게.. 거쳐 이제는 트렉터에서 털려나오는
콩줄기와 콩깍지들

커다란 오동나무도
가만히 커다란 잎사귀 한장을 지상으로 떨군다

검은 서리태콩 그 다음은 노오란 메주콩이다
딸네미도 시집보내야 하고 그 다음은 아들네미도 장가 들여야 하고...

늙수구레 한 부부는 바쁜 콩바심이 조금도 힘들지 않다
높다랗게 자란 커다란 오동나무, 이따금 소리도 없이 잎을 떨군다


* 올려다 본 오동나무.. 커다란 잎사귀 그리고 열매 같은것이 가득하더군요...
야생화 싸이트에서 오동나무 꽃을 보았었지..하면서 새삼스레 오동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가는 딸에게 장농을 만들어 줬다는데...
소리없이 잘 자란 오동나무처럼
아해들에게 별스런 유난을 떨지 않고 키웠는데도
속 깊고, 착하고, 으젓하게 잘 자라 시집 장가 갈때가 되어 오로지 감사한 부부..
한여름의 작열하는 햇볕, 태풍으로 마음 졸여 보살펴 키운 농사
몸과 마음 거칠어지는 등꼴 빠지는 농삿일 힘든 줄 모르고 오로지 긍정으로...
나라 안팍의 정책으로 밀려드는 수입농산품에
갈퀴 같아진 손, 더 이상은 탈 수 없이 검게 주름진 시름찬 얼굴 ..인건비도 못 챙겨도
눈빛 따스한 사람들...
그것이 천직인 사람들..

수확에서 타작하는 행위를 사투리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바심이라 부릅니다
타작하는 방법의 변천사를 들었습니다
예전엔 순전한 근육의 힘들인
나무 도리께(깨)라는게 있었고, 큰 통나무에 세게 메쳐대 알곡을 털다가
발로 밟아 돌아가게 만든 와릉게에 털다가
요즈음은 트렉터( 소,멍에, 보습, 쟁기질 단어를 먹어치운 기기로 쓰임새가 많음)로..
벼를 추수하는 농기계는 벼를 큰 꾸미로 여며 내 쏱고
단번에 짚뭉테기를 아름다운 풍경처럼 떨궈내
추수 끝난 벌판을 그윽한 설치미술품으로 만들더군요..

트렉터 모터(?) 돌아가고 바쁜 콩바심 소란 중에도
가만히 내려 앉는 오동나뭇잎 그 정취와 고요함이 느껴져
나는 왠지 ..지나치게 감성적이구나
평생 느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미묘한 그 다름을 두드리듯
쇠도리께로 도리께질을 한참 했는데
잠자고 일어나니 목덜미 등쌀 팔뚝이 아파 혼났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검은 서리태콩을 짜개면 더 없이 아름다운 녹색이 선명하고
노오란 메주콩들 방글방글 웃듯이 튕겨져 나가고
아주 아주 무거워 들지 못하는 콩가마니 무게보다
한닢의 오동나무 잎사귀 조용히 떨어져 내리던 순간의 느낌이 깊이 가슴에 남습니다.

댓글목록

최매천님의 댓글

최매천 작성일

  콩타작이라구요 얼마전 저두 했는데 도리깨질하구나서 콩을 함지박에 담아서 풍구에 넣고 돌리면요 깍지는 깍지대로 먼지는 먼지대로 콩은 콩대로 나온답니다. 먼지가 장난이 아닙니다 ㅎㅎㅎ 오동나무열매를 싸고있는 깍지는 종이배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물에띄어서 배놀이 많이했었는데 열매는 이빨로 껍질까서 먹으면 엄청고소하고 맛있어요

최매천님의 댓글

최매천 작성일

  아참 오동나무잎은요 조용한 밤에는 떨어지는 소리가 서그럭서그럭한답니다. 바람에 휩쓸리는 소리두 장난이 아니구요 그래서 오동잎한잎두잎떨어지는 하고 시작하는 노래도 있잖아요 ㅎㅎㅎㅎ^^~울집마당에 서있던 오동나무가 생각나네요...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최매천님 ~ 그렇군요! 커다란 오동나무에서 커다란 오동나뭇잎이 소리도 없이 내려앉는게 그렇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밤엔 우산처럼 큰 하늘가득 별들이 총총하고 은하수가 있더군요.. 최명순님 귀한 댓글 다신 ..요 앞글은 누군가에 의해 지워져 죄송합니다 ㅡ.ㅡ..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역시 다시 생각해봐도 모두 저 보다 한수 위 시군요.. 먹거리에 관심을 두면서도 오동나무 열매 먹어도 되는 것인줄 첨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점호님의 댓글

조점호 작성일

  죄송한데요..남의 대화에 끼어들어서...매천님이  이빨로 까서 먹었다는 열매는 벽오동나무의 열매를 착각하신것 아닌지요 해서...죄송합니다...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벽오동.. 조점호님 감사합니다.. 야생화 싸이트에서 젤루 기쁜게 회원님들이 우연히 흘리시는 열매 뿌리 잎 식용이야기 입니다..제 닉네임은 올리브 나무 올리브 그린 요리하는 올리브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