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화 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olive 댓글 9건 조회 1,428회 작성일 03-11-05 22:38본문
아아,, 그것은 차라리 마법 같은 일이었다…
이제서야 왜 그런 일이 나에게 가능한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첫 생리를 겪은 아이처럼 몹시 놀랍고, 두렵고, 난감하고 이상한 슬픔에 휩싸여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다 듣고도 한참 말을 하지 않다가 이윽고 조심스레 추측하기를
생리적인 문제로 걱정하는 ..조기증후군 그건 아닐 것 같고.. 오늘은,
태양의 흑점, 폭발,, 그 영향력이 지구에 미쳤다는데
기온이나 기후에 또 뭔지 모를 자연적인 느낌들에 유난히 민감한 체질이니 혹시,
그 탓이 아닐까 하고는, 스스로 말하는 것에 대해 몹시 어설프게 웃었다
흐흠.. 가장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요인이기는 해..
화학과 교수님들도 생물학적 농도 수치 같은걸 측정하는 도구로 내 기분이나 컨디션을 살피니까..
그러나 혹시 이것이 슬프게도 으레 누구나 겪는 생물학적인 진행 과정일 뿐이라면…
혹은,
어쩌면 그것은 정말 환경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예기치 않은 불량 환경, 이상 징후를 보이는 몸의 기본 컨디션을 묵살하고
그저 원래 그러한 천성적인 습관으로 참 오래 견디었다..
그 결과 이런 증상이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비염 약을 복용하여 이런 증상으로의 진행이 이뤄지는 경우라 ?
처음에는 나에게 뒤늦게 나타난 증상에 신기함과 설렘도 사실은 조금 있었는데
그게 하루 지나 이틀, 그리고 몇 일 지난 오늘도 예기치 않은 순간에 문득문득 느껴지자
난처함, 당혹스러움, 놀라움에 놀라느라 허둥지둥 허방허방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보통 인간 기준으로 때로는 ‘보편적인 것’임을 아는데,
왜 그 동안은 나에게 거의 없던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역시 무언가의 퇴화 같은걸까..
이 돌연한 증상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일이기에 스스로가 두렵기까지 하고
급기야는
나는 나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언제까지 나는 온전한 나 일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나 인 것, 그것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의식] 그것인가
그 의식을 실행하는 아니,,,,
인간역사 그 디엔에이에 축척 되어 전달된 프로그램 재생축으로 그 [기억]의 진행마디?
물론 직접적이고 작고 가깝게는 개인의 한 평생 환경의 기회 그 여건의 산물로 이뤄진 습성의 [진행]?
생명 습성의 진행? 흐음.. 자유의지가 난리를 피우겠군..
나는 몹시 놀랍고 은근히 신기 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당혹스러워 이 가을날 하루를
허방허방 허둥지둥 어쩌지를 못했다..
//
나는 그 동안 살아오면서 드믄 일인데 별 이유 없는 [화]가 난다…
아날로그적인 성향의 특징을 지닌 나,
컴의 전자파에 나의 보호막이었던 무덤덤함 그 내공이 일찍 고갈되었나?
아직은 내 안에서 작은 옹아리처럼 미비하게 화가 나지만
불의 시대가 열리려나 보다
자하드… 내 안의 성전을 치뤄야 한다..
스스로를 정화시켜야 한다..
댓글목록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이 글을 읽어보니 일식이란 책이 생각납니다. 한참을 생각해서 알아냈네요
이요조님의 댓글
이요조 작성일에궁~~ 이 할망인어는 손에 쥐어줘야 안다니까요. 얼려버,,에려버....어디가 우찌 아픈데여? 배가 아프몬 내가 배를 문질러 줄 꺼이고... 머리가 아프몬 물수건해다 줄꺼이고 비염이믄....소금물 적당히 풀어서 줄라카이..대체 에려바서..이게 [갭]이라는가보쥐여?
bluebayou님의 댓글
bluebayou 작성일생명습성의 진행? 하지만 그건 퇴화가 아닌 의식의 진화가 아닐까요?
정경해님의 댓글
정경해 작성일아마도 알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셔야될듯,,, ^^
이영주님의 댓글
이영주 작성일아직도 그 열병이 남아 있음 사는맛 나겟는걸,,!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일식.. 어쩌면 일본 작가의 소설일듯 합니다..한번 빌려봐야겠습니다 / 요조숙녀님은 여의도 수영장을 자주 다니신듯.../ 의식의 진화.. 잠자는 체하기 놀이나 시체놀이 할때 심심해서 더러 생각하는데 생각이 마구마구 폭팔해 잡아 가둘 수 없습니다../ 헷세의 책을 어렸을때 읽은적이 있는데 먼 이국에서 기억에 남는건 밤나무 군밤이었습니다..우리나라에만 있는줄 알았다가 헷세 때메 먼 이국에도 밤나무 군밤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진짜네! / 나는 언제나 잘 늙어질까요.흑흑흑..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헤세의 데미안에 이런 문장이 나오지요.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그새를 아프락사스라 한다.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오늘 읽은 책: 흥국사 가랑잎 지다( 본문소개 - 나무의 일년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봄 나무들 물 올라 짙어진 암갈색 나뭇가지 아프게 잎싹 피워내 귀한 겨잣빛 돌다 연한 연둣빛으로 아슴아슴 일렁이며 몽환적인 첫 몽정을 하고 연한 잎새들 푸르게 천지를 찌를 초록빛 신록의 절정을 거쳐 모든이의 감탄 자아내는 단풍빛도 사그라진 연갈색 가랑잎들 우수수 바람타며 나플나플 허공을 날아 세상에 마직막 아름다움 펼치는 낙엽들의 자태, 낙엽들이 모는 바람의 고삐..낙엽속의 나무들 가을산의 소리..) 책장을 덮고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탔지만..아직도 오늘 읽은 책에서 그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bluebayou님의 댓글
bluebayou 작성일참나무/젊거나 늙거나 /참나무 같은/삶을 가지라/싱싱한 황금빛으로/봄에는 빛나는/여름에는 무성하지만/가을이 찾아오면/더 맑은/금빛이로다/마침내 나무잎이/다 떨어진 그 때/보라 체목과 같이/옷 벗은/"힘"이 섰구나.(테니슨)---저도 한 그루의 나무이고 싶습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