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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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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live 댓글 8건 조회 1,580회 작성일 03-11-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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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열었습니다

어둠 한자락 뭉텅 지워낸 창의 불빛에
시리게 오그라져 몹시 추워 보이는
채 마르지 않은 수채화 같은 나뭇잎들이 보입니다

지상 가까이 허허로운 허공에
낮게 서러운 것, 아픈 것, 슬픈 걸 외면하듯 하늘을 봅니다

청회색 대리석을 연상 시키듯, 갈라진 하늘의 균열을 만들며
뭉글뭉글 구름들을 목의 모피처럼 걸친 둥그스레한 달은
왠일인지 슬픈 달무리를 짓고 잇습니다

달이
저렇게 슬퍼보이는 달무리를 지었으니, 어쩌면 비 되어 울음 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에 가을비가 또 내린다면, 밤하늘에 달무리 짓고 있는 달, 달울음 일까요?

지상 낮은 곳 허허로운 허공에는
오렌지색 가로등들도 밤 어둠에 꼼짝없이 그 자리에 포박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하늘은 봅니다
구름들이 뭉글뭉글 하늘에 균열을 내고 있다가 이젠 제 몸을 풀어 덮고 있습니다
달과 한 뼘 거리에 있던 아주 작디 작게 빛나던 시린 별빛 하나를 덮었군요

나도 창 밖의 추운 나뭇잎 향해 더운 입김을 불어보지만
나의 진심은 지척의 추운 나뭇잎 하나에도 닿지 못합니다

새벽의 여신은
채 미명의 산책 길을 나서려고 푸르스름한 망토를 두르고 있고
몽롱하게 오렌지 빛을 발하던 가로등 불빛들이 잠깐 반짝 선명해졌습니다

하늘의 구름들도 이젠 거의 한 몸이 되어 무한의 은회색으로 밤의 창공을 덮습니다
서켠창가의 나도 이제 그만 창을 닫아야겠습니다

이제 곧 신선한 아침의 여린 빛이 내 이마에 [오늘]의 한 음계를 치겠지요
 
아까운 시간들 입니다
너무나 빠르게 흐르는 십일월 입니다
오늘 하루도 [단단히 즐겁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벽에 ㅡ

//

창가에서 2


큰 하늘 묵화 농담

허공은 물빛으로 침묵하고 있다



허공의 구름

물빛 만으로 한 세상 적시고

창가의 나무들도 고요히 젖은 표정이다



허공의 적요

허공의 물기를 빨아내려는 듯

가려린 새 삐이 삐 삐삑

소리로 허공을 난다



나도

새처럼 울어보지만

소리 나지 않는다

소리를 집어 삼키는 건 심연의 블랙홀이다



나는

내 안으로 떨어져 쌓인 소리들을

자맥질을 하여 끄집어 낼런지도 모른다



그것이

시퍼런 비명이 되었거나

석탄이나 석유나 타르처럼

검게 끈적이거나

바람 타는 그저 하이얀 깃발이거나

올해의 보졸레 누보처럼

햇 포도주가 되었거나

...

시간 지난 뒤에도 상하지 않고

차게 상한 가슴을 뎁혀줄 화주가 되어 있으면..

한낮에 ㅡ

댓글목록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아까는 왜 이런걸 적어놨을까...

bluebayou님의 댓글

bluebayou 작성일

  올리브님도 [파란시간]을 기다리는 [새벽공주]시군요.^^ 언제나 좋고 아름다운 건 짧게 잠깐 왔다가 홀연 사라져 버려 아쉬움만 더하죠.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아,, 역시 나는 빛의 영역에 속해 있는 아이입니다... 오늘 눈이 부시도록 맑은 날입니다..맑고 명징한 기온 ..이 싸늘한 공기 ! 사랑스럽습니다... 황숙님의 혼미도 들리나요님의 새벽도 이렇게 눈부신 정오의 명징함에 무너집니다요^^ """ 아름다운 날 ~*

이요조님의 댓글

이요조 작성일

  글이 더 첨부되었군요 새벽에....올리브님 가슴이..가슴이 정말 차게..식혀진 상흔이 보여요 왤까?

이요조님의 댓글

이요조 작성일

  ㅋㅎㅎ~~ 시인의 詩가 아프다고해서 시인은 아픈 게 아니라네요. 오히려 아픔을 토할 수 있기에..아름답다네요. 그러기에...치유된다는 말... 그럼 시인은 아프지 않타? 내가 하고도 뭔말인지 원.... 누가 좀 갈차줘요~~~~~~~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시인요? 그들은 ..음.. 자신이 찾아낸 값의 방정식을 적거나, 자신이 도달한 정답을 질문인듯 던지거나, 저 마다 다른 값이 나오는 무수한 정답을 묻거나, 자연이나 인간의 삶의 한 단면을 참여자인척 방관자의 굴절된 프리즘으로 비춰내거나, 어쨋거나 다들 이러저러 자기 위안으로 혹은 저절로 고름처럼 터져나는 내면의 [것]을 배설해내지요.. 뭐 그중에는 자기가 소화한 똥도 아닌 남의 생똥을 입으로 게워내는 치들도 있지만..무엇보다 제발 이성적인 이마의 앎이 가슴속에서 발효된 감성이길.. 저는 사실은 ..시인이 아니구 그냥 詩 라서 시인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잘 모르는 사람들 말고도.. 애쓰는 식물구분도 잘 못합니다..눈으로 보면서도 잘 못합니다..구골나무랑 은목서랑 ..황기랑 활량나물이랑..봐도 이저버리고^^** ..여태 살아오면서 똑똑한 사람들이 처음으로 부럽습니다..식물을 척 보고 아시는분들요..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와우...잘 읽고 듣고 보겠습니다. 감사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