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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말하기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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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live 댓글 7건 조회 2,471회 작성일 03-11-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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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밭떼기 채 올려놓으신 김장밭에서
무 하나, 배추 한 포기는 내가 가질래요.. 내 꺼 ~*

무를 보아하니 ..봐도 잘 모르겠네요^^*
동글게 단단하고 단맛나는 동치미 무인지, 길쭈름 단무지용 무인지..
무대뽀~* 굵은 다릿통^^..
여고생들 교복 입으면 왠일인지 모르는데 무 다리 라고  남자애들이 괜시리 놀리죠
동치미 담그면 일년 육개월, 무짠지 담그면 삼년 육개월, 머슴 오십명 치를 분량이야 이야  이야 –
그럼 왠지 심란해져서 콜라병들고 다리 문지르고요...
요즈음은 진심으로 박세리 다리통이 위대하고 이뻐 보인다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하여튼 저는 무 한 개만 갖습니다..

무는 식 재료로 무한대(?)로 쓰임이 많은데
애니메이터들, 드라머나 영화에서 장보기씬에서 시장 바구니에 대파는 꼬옥 챙기면서 무는 잘 안보여주시는데요
무는 소화를 돕고 해독작용이 있어서 한약 드실 때 생으로 섭취하는 것을 삼가 하기도 하지요..

꾸물꾸물 자주 흐린 날을 보여주는 게 아무래도 꾸물꾸물 잿빛 겨울이 다가 오는 듯 합니다
그래도
햇빛 밝은 날에 무를 채썰어 햇빛에 말린 [무말랭]이는
고춧잎이랑 함께 젓갈 약간 넣고 갖은 양념으로 무치면 무말랭이 맛도 좋지만 씹히는 치감도 오돌오독 좋고요
무엇보다 햇빛에 말리면 무나 표고버섯.. 등등의 경우 특정 영양소가 풍부해지지요?
저는 슬쩍 말린 무말랭이를 넣어 보쌈김치를 만들었더니
물기도 흐르지 않고 오돌오독 씹히는 치감이 좋아 [보쌈김치]가 아주 인기였던 적도 있었어요

자꾸만 꾸물꾸물 흐려지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붉은 팥 고물을  설설 두텁게 뿌려 쪄낸 김이 설설 오르는 [무시루떡]도 그만이지요
이때는 항아리에 담근 서걱 하니 살얼음 낀 [동치미]를 내야 제 맛 이지요..
삭힌 고추, 쪽 파 여임,고추씨나 배, 양파 생마늘 이런저런 양념 주머니를 넣어 깊은 감칠맛
시원하게  제대로 익은 동치미는 예전엔 한겨울 철 반식량(?)이었다고 합니다..
동치미 특유의 톡 쏘는듯 시원한 새큼함에 항아리의 곰곰함이 얼핏 느쎠져야 하는데..

그냥 소금에 절인[무 짠지]나 고추장, 된장에 박아넣은 [고추장짠지]나 된장짠지 같은것도
입맛이 없는 여름철 별미이구요

[단무지]는 다꾸앙이라고 유식한 일어로 불렀었는데 김밥을 만들 때 아직도 단무지를 많이 넣고요..
하여튼 단무지는 예전에 중국집이나 분식집의 꽃(?)이었습니다
단무지용 무는 동치미용과 다르게 길쭈름하고 덜 단단합니다
아마, 소나기에서
소년이 뽑아 절반을 탁 분지른 다음 입으로 베물어 껍질을 벗겨
와작와작 먹는 시범을 보인 무는 단무지용이거나 김장 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길쭈름한 단무지용 무를 무청째 어슷어슷 그늘에 삼사일 척척 걸쳐두면 비들비들 마릅니다
그럼 깨끗하게 씻어
쌀겨에 꽃지도에 오른 이태규님의 치자와 소금을 섞은 항아리에 담아 단무지를 만들면,
노란색으로 이쁘고 천연방부제 역할로 잘 무르지 않고 오돌오돌 맛난 [치자 단무지]가 됩니다

요즘처럼 알파벳 뭐가 없는 기온 차거워진 계절에는
굴이 맛있어지는 철이니 [굴 깍두기]를 담궈도 국물 시원하니 맛나고요
얄폿 얄폿 져며 썰어 [어리굴젓]을 담궈도 좋고요
[무 굴국]이나 [무 낙지국], [쇠고기 무] 국을 끓여도 시원하고 그윽하니 감칠맛 나지요

별 맛 없어 안 먹고 굴러다니는 과일이랑
자박자박 썰어넣고 무를 절이는 둥 마는둥 생마늘편  썰어넣고 
빠알갛게 고춧가루물 색깔도 곱게 걸러
시원하게 새콤하니 익은 [물김치]를 담궈도 좋고요..
담근 물김치 돌아서서 상에 내고 싶으면 식초를 조금 떨궈내지요..
미각이 둔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냥 저냥 먹을만하게 금방 익은 느낌으로요..

김장 담글 때 무를 죽죽 크게 뽀개 넣고 [석박지]를 담궈도 익으면 제 맛이고요
늙은 호박으로 담그는 [호박 석박지]새콤하게 익은 맛이나 지짐 맛은 어른들이나 아시고요..

초록 쪽파 빛깔 곱고, 균일하게 칼로 채썰어 담근 빛깔고운 [무생채]나
제삿나물로 여기는 굵게 채썬 [무 나물]볶음도 담백하니 맛있고 건강에 좋은 반찬이지요

전에 가끔 즐기던 일인데..
일식집에 이러저런 어른들과 함께 어려운 자리일 때
그 어색하고 조심스러움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이
참치머리나 대구머리를 무와 함께 푹 조린 것이 나오면 음~ 맛있어 하면서 운을 뗍니다
물론 어른들이 그 푹 조린 무에 집중할 때, 저는 아이답게 최상급의 홍마구로 냐곰냐곰 먹습니다만..

무는 야채육수 내는데 필요한 일번지 이기도 하지만
냉모밀 국수 먹을 때 생무 갈아 놓은게 없으면 왠지 갖춰지지 않은 메밀국수를 먹은 느낌이 납니다..

갈치조림, 생태찌개,동태지짐.. 무를 넣어야 좋고요..

비타민 많은 무청은 말려 시래기 만들어 두고 조물조물 양념하여 우거지갈비찜이나
우거지 깔고 병어조림이나, 오곡밥이나 찰밥에 시래기 나물 반찬을 만들거나 ..

영양 풍부한 강화 순무 같은건 [양주 안주]로 뚜걱뚜걱 썰어내도 좋고요
별미 김치인 강화순무 [비늘김치]를 담궈도 좋지만..
저는 고수나 향차이는 질색이기에 역시 술안주용으로 생으로 썰어 먹는게 낫겠습니다 ㅡ.ㅡ...
무 하나를 너무 쪼개 먹고 있습니다..궁상맞은가요 ?

배추도 한 포기 갖겠다고 했는데
아직 포기 앉으려면 좀더 있어야 하니 룰루랄라 저는 느긋하기는 합니다만,,
오래 전부터 제가 배추 한 포기 먹는 방법입니다..
세제 조금 사용하기, 쓰레기 분량 줄이기, ..뭐 그런 일에 퍽 신경을 쓰던 시기에는
배추 한포기를 부위별로 용도 해체하여 이용합니다..
배추꼬리는 중국에서나 먹고^^ 저는 가난 한데도, 배추 꼬리는 안 먹습니다..ㅡ.ㅡ..
그 배추꼬리는 김장배추랑 품종이 다른거 다들 아실테고요..
푸른 겉 잎은 억세니까 다듬을 때 떼어내 끓는 물에 소금 조금 집어 넣고 파랗게 삶아내
찬 물에 좀 담근 후 한번 먹을 분량씩 냉동보관 해놓고 된장 풀어 [된장 우거지국]을 끓이고요
포기 김치를 담글 땐 노오란 배추 속을 따로 떼어내 삶은 삼겹살을 썰어 [쌈]해 먹고요
절여진 배추나 생으로 먹는 배추에 따라서 강된장 보글보글 끓인 것이나 고추장을 내놓고요
아니면
배추잎 두어장을 밀가루와 찹쌀가루 섞어 배춧잎에 묻혀서 [배추전]을 지글지글 노릇노릇 척척 부쳐내고요…
배추잎 두어장 챙겨 놓았다가 [샤브샤브 야채]로 넣어도 달큰하니 담백하고 감칠맛 나고요
배추잎 썰어 넣고 커다란 무쇠솥에 한가득하게 [돼지등뼈 국]을 버얼겋게 끓여내도 냄새가 기막히지요

밤 대추채,무,마른 홍고추 실채,과일,잣 호두 속을 화려하게 준비해 얌전히 담은 담백한 [백김치]도 새콤달콤 익으면 맛나지요

밴댕이젓, 오젓, 육젓,추젓, 생새우나 흰살생선 대구나 생태 동태 형편껏 다져넣고 담은
맛 있게 잘 익은 [김장김치] 하나면 다른 반찬이 부실해도 든든하고요
제 형편에 ..비싼 육젓은 양념하여 새우젓 무침 반찬을 하거나 삶은 돼지고기를 찍어 먹거나
애호박 볶음이나 계란찜에 간을 하고 ..김치 젓갈로는 잘 안 넣고요..
김장 담그는 날의 분위기는 이제 차차 사라지고 있지요
비닐 하우스로 계절의 경계 무너지고 무엇보다 김치냉장고에 밀려 김장철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요
직업을 갖는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맟춤김치배달이 자리 집고 있고요
정갈하게 다듬어 씻어놓은 쪽파 소쿠리, 생굴, 다진 생선,청갓, 붉은 갓, 찧어야 하는 마늘쪽,
풀국을 쑤랴 젓갈을 끓여 걸르랴, 절인 배추들 뒤집어 씻어 건지랴 ,생무 채 써는 도마 소리,
번져나는 젓갈, 생강내음..
남자들은 즐겁게 마당을 파내고 큰 김장독을 묻고요..
김치 버무림 뒤에 생 김치와 함께 내는 삶은 돼지고기, 소줏잔.. 어른들은 허리 아프다 핫팩 하고요

겨울 김장이 익으면
어린 아해들도 솜씨 자랑을 할 수 있지요..김치볶음밥, 김치전, 김치찌개, 김치소면, …
어른들은 솜씨껏 만두피 얇다랗게 밀어 김치 만두^^**를 빗고요..
아, 저는 아직 배추포기 앉으려면 멀었으니 고만 저녁밥을 지어야겠습니다


[하루 종일 부질없이 기다렸습니다]


꾸물꾸물 잿빛 망또를 걸친 남자의 텅 빈 눈빛에서
이윽고 허허로운 미소처럼 날리는 눈발을..
오늘 하루
아직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그 부질없음을 이미 알면서
왠지 그저 그냥..  창 밖을 보면서 그렇게 그냥 기다렸어요.

그 기다림 속에서
나는 마음의 실타래 풀어서 손가락으로 천공을 짜고
깊은 바다에 푸른 '물의 그믈'을 매지요

더 추워야
더 외로워야
더 어둬야
그립고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보이는 모양예요..


//

[혼자말하기 놀이 2] ㅡ

동박새 -

# - a

맑은 시냇물의 요정처럼
물의 꽃잎 겹쳐내
휘파람을 불고 있는거냐

새의 부리를 통과하는
날카로운 공기의 비명처럼
목 끊어진 붉은 산다화 뒹군다

# - b

네가 전하려는게 뭐냐
희딘 흰 동백꽃 한송이 흰 자태
내 귓속에 전하려는거냐

반짝이는 초록 잎사귀 푸름속에
붉디 붉은 꽃빛속 숨겨진 노오란 위안
내 눈앞에 드러내 펼치는 중이냐

# - c

넌 허공의 공기 품어내
날카로운 낙화의 슬픔을 외치거나
네 날개깃 스쳐 무수히 꽃을 열어도

너는 환이다
동백꽃의 환이다
내 귓등에 앉아 맑은 물소리 내는 환이다

/

인터넷 검색만으로 동백꽃- 을 읽고
또, 인터넷에서 팔색조 우는 소리랑 동박새 우는 소리를 몇 번 들었습니다
이십초쯤씩 몇번의 소리만으로...... 동박새 상상^^
어떤 시인의 시에 감상글을 달았는데, 그분은 또 저처럼 우기더군요^^
자신은 동박새가 아닌 직박구리라고요...
분명히 그 시끄런 직박구리 느낌은 그분의 시에 묻어있지 않아
저는 틀림없이 동박새라고 생각했는데요...






댓글목록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주저리 주저리 별스럽지도 않은 내용이 길어져 그만 ..아깝게 너무 많은 용량을 차지하고 말았네요.. 미안합니다

최매천님의 댓글

최매천 작성일

  오래두고먹을 김장은 젓갈을 안넣어야 맛이 담백하고  오래간대요 초여름에 땅속에서 김장김치 꺼내서 찬물에 씻어서 찬밥쌈싸먹으면요 맛있어요 약간은 군둥내가 나는것같기두 하면서 ... 아유 침넘어가네요 아직울친정은요 뒷마당 땅속에 단지묻어두고 김장하거던요....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매천님은 김장하세요? 나는 김장 안해요 걍 겨울에 두포기씩 세번 담그어먹어요~~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예전부터 설 이후에 먹을 김장에는 젓갈은 물론 생강도 안 넣고,모든 양념 심지어 고춧가루도 적게 넣고요..잘 절이고 소금간을 좀 세게 해서 오뉴월 봄 되어도 노오랗게 새큼하게 싱싱하게 익지요.. 심지어 몇년 지난 묵음 김치로 삼합을 하고요..삭힌 홍어,삶은 돼지고기,묵은 김치.. 요즈음은 ..김장은 안하지만 저는 묵은 김치를 구비해두고 깊은 맛을 내야 할때 가끔 냉동실에서 꺼내요 ㅡ.ㅡ..

이요조님의 댓글

이요조 작성일

  올리브님께,,두 손 두 발 다 들어써요......이궁...무셔라!!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다들 멋진 겨울을 기다리시는군요.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동백, 산다화 맞고, 산당화는 다름^^;; ...나의 무식이여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