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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의 새총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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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요조 댓글 6건 조회 1,814회 작성일 03-12-2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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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의 기원

한여름
폭염의 뙤약볕과
장맛비,

가을 햇살과
초겨울 무서리
다 견뎌내며

땀방울로 키워 온
까맣게 여문 씨앗

어디로 보내야만
어디로 가야지만
잘 자라줄까?

잘 가거라
멀리 멀리~~

낯-- 선 땅에
활착하여

부디 잘 살거라~~

이요조











    • 2003년 12월 20일

      요 며칠 날씨가 추웠다.
      낌새가 아마도 동지 추위를 오지게 몰고 오려나보다.

      해 넘어가자 진즉에 커튼까지 묵직하게 내리고 있었는데
      바깥에 무슨 소리가 들려도 온도를 급강하하려고 지나는 바람소리겠거니 했었다.

      20일
      그제야 타닥거리는 소리에...

      "아고 맞어!"

      근데.. 예전에는 김장 담그는 날이었는데...
      하고 써 둔 글을 찾아보니 올 해는 무려 20여 일이나 늦었다.

      우리집 등나무의 축포 연례행사가...
      나도 날 잡아 꼭 무슨 일이라도 할 요량이면
      매해 저도 맞서서 함께, 기일을 잡음이 기특하다.


      아마도 습도와 온도 뭐 이런 삼박자가 맞아야지만
      콩깍지 같은 열매가 폭죽처럼 터트려 지나보다.

      마치 누가 장난하듯 왼종일 새총을 쏘아 대는 것 같다.
      유리창에도 마당에도 지붕에도 담장너머에 까지도
      하루종일 "타다닥....타닥!" 소리에...까만 바둑알 같은 씨알이 나르고...
      씨앗(콩)깍지가 떨어져 나가며 바스라지고,
      나무 잔 가지나 약한 웬만한 가쟁이는 맞아서 스스로 꺾어져 떨어지고,
      뜨락이 온통 지저분해졌다.
      그러나... 내 어이 찡그릴 수 있으리~

      여름내내 키워 온 씨앗,
      분통 속같은 꽃향기로 호박벌을 유인해 불러다 놓고
      소나기와 뙤약볕과 무서리 속에 땀방울로 기른 씨앗을 터트리는 제례처럼 엄숙한 행사임을,

      22일이 동짓날인데...
      주말에야 겨우 다 만나 볼 수 있는 가족들에게
      앞당겨 팥죽을 쑤어 먹이려는 이, 에미 맘이나...

      어찌하든 멀리 날려 보내려는 등나무의 그 마음이나
      자식 사랑하기는 매일반인 것을...





*세계 민속박물관의 새총(홍천/비발디파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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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정갈한 삼베 보자기에 은수저 한벌 그득 담긴 붉은 팥죽과 동치미 .. 새벽인데 마시려던 커피가 초라해 집니다.. 퉁소도 잘 부시네요 !

김은주님의 댓글

김은주 작성일

  동짓날 요조님의 팥죽 잘 먹겠습니다.

지길영님의 댓글

지길영 작성일

  아~ 오늘  팥죽 먹는 날인데.... 요조님, 시원한 동치미에 옹심이 팥죽 잘먹고 갑니다. ~^^*

홍은화님의 댓글

홍은화 작성일

  동치미국물에 국수말아먹었으면~ ^^* 꼬투리가 언제 터지나 기다렸는데...기다리지 않아도 때가되면 다 그렇게 되는것을...

매천님의 댓글

매천 작성일

  바둑알만한 콩이라 울아버지나 울언니가 그걸 봤다면요 니스칠해서 탁자위에 얹어놓자고 하실것 같습니다. ㅎㅎㅎ 노란고무밴드로 손가락에 걸어서 쏘는것 있죠 그것만큼 두려운것이 없었답니다. 지금도 누가 장난으로 고무총만들어 겨냥하면 기겁을 하고 도망갑니다. 정작 맞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겨냥당하고 있을때 불안과 긴장은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ㅋㅋㅋㅋ

신흥균님의 댓글

신흥균 작성일

  팥죽에 동치미라~. 위에서 먹었는데...와!!! 또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