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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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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요조 댓글 7건 조회 2,013회 작성일 04-02-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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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9(월)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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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울에 먹는 시원한 동치미는 겨울 입맛을 한결 더 산뜻하게 해준다.
    우리 집 식구들은
    동치미를 즐겨먹는 편이라 해마다 거르지 않고 立冬전에 잊지않고 늘 담그는 편이다.

    깨끗하고 단단하게 생긴 그리 크지 않은 무를 상처를 내지 않고 잘 씻어야
    무가 쉬 무르지 않아 동치미 맛이 오래 두어도 신선하다.
    갓과 쪽파 생강 청각 등은 주머니에 넣어서 그 맛이 우러나면 들어내면 된다.

    .........................

    방학인지라 늦게 일어난 아이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면 돌아서서 또 먹을 것을 찾는다.
    동치미를 해마다 담가도 요즘은 좀 바쁘기도 게으르기도 해서,
    추워서 꺼내기 번거럽고 해서 잘 드려다 보지도 않았는데...
    며칠 전 꺼내려 보니.. 맑은 국물이 더욱 더 쨍하니 깊은 맛이 들었다.
    얼른 국수를 삶아 얼음조각이 둥둥 뜨는 동치미 국물에 설탕만 좀 넣고 말아 줬더니
    너무 잘 먹는다.
    "우와!! 엄마 냉면 맛이네요"

    국수,
    국수의 종류는 아마도 크게는 칼국수, 잔치국수, 메밀국수, 비빔국수, 동치미국수,
    해물칼국수, 팥국수, 콩국수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난, 주로 뜨거운 칼국수나 잔치국수를 좋아했었는데
    고향이 부산인 내가 북쪽으로 이사를 와서는 냉면 맛을 단단히 들였다.

    사변 때 월남하여 냉면가게를 2대 째 계속하는 한 아주머니를 알게 된 것이다.
    부부끼리도 서로 잘 아는 사이가 되었는데..
    우리 부부와는 나이 차이가 좀 나지만 마치 언니처럼 잘 대해 주어서 친분을 쌓고
    가까이 하다보니 냉면 만드는 법까지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지하에 김치 저장고가 있어 김장을 엄청 많이 담근다는 것!
    여름에는 얼음처럼 찬 지하수로 사리를 씻어 낸다는 것!
    동치미 국물과 육수를 섞어 맛을 낸다는 것!

    이제 여름 한 철이면.. 웬만한 냉면은 냉면도 아닌 것으로 미각만 밝히게 됐으니,
    참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한 십 년 전만 하여도 꿩고기도 많이 사용했다는데... 꿩고기 냉면 맛은 몰라도,
    이젠 그 집 냉면 맛에 중독 되어버린 듯, 문득 문득 한 겨울까지도 내 입맛은 날 채근하고,

    .........................

    동치미 국수를 먹다말고 막내 넘이 묻는다.
    "엄마 국수와 국시는 어떻게 다른데요?"
    "..........."
    언뜻 무슨 말인지 어리벙한 에미 대답을 가로채기라도 하듯, 제 형이
    "응..그거 국수는 서울사람이 먹고 국시는 시골사람이 먹는 거야~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들어"
    눈이 똥그란 제 동생이 쳐다보자 한 마디 더 하는 큰 넘 왈,
    "응~~ 밀가루는 봉투에 담겨져 있는 거고 밀까리는 봉다리에 담긴 거야~"
    "#@%$#@@*&"
    "ㅎㅎㅎㅎ~~~"
    추운 겨울, 쨍한 동치미 맛처럼 신선한 웃음의 지느러미가 세 모자의 가슴에 퍼덕인다,
    ..................................

    추운 이 밤에 나는 또 아들 넘들이 앵콜로 요청한 동치미 국수를 만들며,

    백석님의 '국수'란 詩를 옮겨 적어본다.


    사진:글/이요조


..................절.....................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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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검색









댓글목록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우와~~~멋진 샘! 최고야! 이토록 맛있는 음식과 정말 멋진 백석님의 시를 ...감탄!!! 감사함다.

김귀병님의 댓글

김귀병 작성일

  모처럼 어제 저녁에 마신 쐬주로 갈증이 나던 차에 점심메뉴에 동치미가 나왔습니다. 정말 시원하게, 아주 상큼하게 1인분 비우고도 옆사람이 남긴것 마저 훌훌 들이 마시니 그 소갈이 싹 사라졌지요.  그  쌉살한 감칠맛은  북한강변의 문안산(양수리-대성리 새터 사이) 앞자락에 자리잡은 '원조 동치미국수'집에서 한여름 별미로 즐기던 국수를 떠올리게 하였는데, 여기서 요조님 댁의 동치미 맛을 느껴 봅니다.  간다고 통문하지 않고 불쑥 들이 닥치면 동치미 국수 대접 할려나~ ^^

홍은화님의 댓글

홍은화 작성일

  아...제가 너무 좋아하는 '국시', 하루 세끼, 아니 네끼를 다 국수로 먹으라 해도 저는 좋습니다. 특히나 할머니가 말아주시던 그 동치미국수의 맛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아~ 그리워라~ ㅡ.ㅜ

김귀병님의 댓글

김귀병 작성일

  글구 봉투는 풀로 붙이고 봉다리는 침으로 붙인다지요?

김은주님의 댓글

김은주 작성일

  국수 먹고싶다요. 전 물국수는 다 좋아하는데요...물냉면도요...

윤영미님의 댓글

윤영미 작성일

  먹는것에 목숨 걸고사는 아낙이라서..ㅎㅎ밤참 으로 먹고 자야겠어여.

황숙님의 댓글

황숙 작성일

  훗  ...^^    동치미는 고혈압에 좋습니다..  겨울 무는 산삼보다더 좋데요...  국수는 단번에 3 그릇을 해치운답니다...  참 좋아 합니다.. 누님. 잘 먹고 갑니다  ^^